도요타, GM추월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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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요타가 내년에 생산량을 크게 늘려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에 오를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70년 넘게 지켜온 세계 1위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도요타는 내년 자동차 생산량이 올해(825만 대)보다 10% 늘어난 906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2006년 사업계획을 이날 발표했다. 도요타가 811만 대를 생산하고 계열사인 다이하쓰가 84만 대, 히노가 11만 대를 만든다. 또 도요타는 연간 20만 대의 픽업트럭을 생산할 미국 텍사스 공장을 내년에 가동하고, 2007년 스바루의 인디애나 공장에서 10만 대 규모의 도요타 차량을 만들기로 했다. 2008년엔 캐나다 온타리오에 연간 10만 대의 신규 공장을 건설, 도요타의 생산량은 해마다 늘어날 전망이다.

GM은 내년 사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도요타의 생산량을 넘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올해 901만 대를 생산한 GM은 내년에 세 곳의 북미 공장을 폐쇄키로 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일본 소재 매쿼리증권의 분석가는 "GM이 중국 생산량을 15~20% 늘리지 않는 한 도요타가 GM을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능력뿐 아니라 재무 상태에서 두 회사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3분기 26억 달러, 올해 전체로는 107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GM은 3분기에만 16억3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시에서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1770억 달러로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은 "우리가 세계 1위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며 "우리가 진출한 국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도요타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도요타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도요타 차량의 63%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도요타는 잇따른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현지 생산율을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도요타의 증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GM의 주가는 주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1987년 이후 18년 만의 최저치다. 올 4월부터 17억 달러를 투자해 GM 지분 9.9%를 사들인 미국의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이 최근 수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분 2.2%를 처분했다는 소식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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