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공급과잉 나 몰라라, 주택업계의 탐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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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주택업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주택이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도 업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다.

 분양가를 올려도 살 사람이 줄을 서는데 뭐가 문제냐는 시각이다. 시장이 좋을 때 왕창 팔아 치워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래도 그렇지 언젠가는 수요가 바닥이 날게 아닌가. 그렇게 되면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택시장은 또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공급이 넘쳐나 분양이 잘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업계 관계자에게 물었다. 수요를 늘리면 된다고 응수했다.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한술 더 떠 부동산 투자 이민제 확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주택산업이 활성화되면 경제 전반에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주택 연관 산업이 수백 종이나 되고 고용창출 효과 또한 여느 산업에 비해 높아 주택산업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얼핏 생각하면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택을 포함한 건설시장은 점차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 기반시설도 어느정도 완비돼 건설 일감이 계속 늘어날 처지가 못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주택구매 수요도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는 그래서 주택건설 목표량을 근래들어 38만 가구 수준으로 줄인 것 아닌가. 그런데도 업체는 공급 목표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듯 연간 50만 가구가 넘는 주택을 쏟아낸다.

 그렇다고 집이 필요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새집으로 이주하려는 사람과 신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하고 있어 주택건설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수요를 잘 예측해 여기에 맞게 공급해야 탈이 나지 않는다. 집값·전셋값이 비싸고 게다가 전세 매물도 없는 마당에 주택공급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나올 수 있다. 집을 왕창 지어 놓으면 아무래도 전셋값이나 월세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돼서 그럴 것이다. 근래들어 전셋값이 크게 오른 것은 집 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진데다 충분히 집을 살 여력이 있는데도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서 그렇다. 수요의 변화 때문이지 주택 자체가 부족해서 벌어진 현상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정상적인 수요를 초과한 공급은 결국 주택시장을 침체국면으로 빠지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렇게 되면 다시 전세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져 전셋값은 상승국면으로 바뀐다. 게다가 집이 남아 돌아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단절돼 몇년 전과 같은 하우스 푸어 양산 시대로 돌아갈지 모른다. 주택시장이 업계의 탐욕 때문에 다시 위기를 맞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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