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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MBC와 노성일 이사장은 과연 떳떳한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성일 이사장의 단독인터뷰 그리고 '폭로'..

우울한 밤이었다. 하루 일과로 피로에 지친 몸을 씻고 기분 좋게 9시 뉴스를 보려 했다. 그러나 요란한 배경음악과 함께 오프닝을 장식하는 헤드라인 뉴스가 '줄기세포 가짜'라니..

둔탁한 무언가가 뒤통수를 내리친듯한 충격을 받았다. 한 꼭지, 두 꼭지.. 계속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 조용히 무너져 내리는 느낌..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상세한 내막을 알아 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볼까.. 그러나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머리 속이 복잡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 한참을 멍하게 서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리 크지도 적지도 않은 나의 원룸 방안이 여기저기 정돈이 안 된 느낌이다. 방안 청소를 시작했다.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고 책꽃이 연필하나 깔끔하게 정돈하고 구석구석을 닦았다. 그러나 머리 속은 점점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한 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랫동안.. 밤이 깊어지도록 머리 속은 더 초롱초롱해지니 잠이 올 턱이 없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무언가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느낌이 드는가 싶게 잠에 빠져버렸다. 어젯밤, 우울한 밤의 이야기다.

자. 드러난 Fact만 보자.

황우석 박사의 후원자요 파트너인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 11개중 9개는 가짜'라는 천청벽력 같은 선언을 했다. 나머지 두 개의 줄기세포도 그 진위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것을 황교수가 실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논문철회를 요청할 것이며 황교수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대략 여기까지가 전 국민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던 어젯밤의 상황이다. 여덟 꼭지에 걸쳐 이 내용을 집중보도한 MBC는 그 동안 방영을 미루어 오던 PD수첩 2탄을 즉각 내 보냈다. 지난 6개월간의 취재과정을 녹취한 내용과 함께 모두 담았다. 그 방송을 보며 더 이상의 뉴스는 없을 것 같았다. 한마디로 상황 끝. 황박사는 희대의 거짓말쟁이 과학자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쏟아져 나온 단신들은 또 다시 우리를 혼돈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단신들. 황박사와 노이사장의 언쟁, 노이사장의 폭로, 김선종 연구원의 자백, 자신의 핵심연구원들의 황박사 연구에 가장 깊숙한 관여하였음에도 노이사장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미즈메디 병원의 성체줄기세포 계약 등등..

이번 '거짓'논란 이후 황박사의 주장을 살펴보자. 황박사는 언제든지 줄기세포를 만들 기술을 갖고 있다며 자신은 배아줄기세포 추출기술만 갖고 있을 뿐 배양기술은 미즈메디측에서 갖고 있는 기술이며 따라서 배아줄기 배양의 성공여부와 존재여부는 미즈메디가 밝혀야 할 사실이라고 말한다.

점입가경으로 접어드는 진실게임이다. 이 무슨 황당.난감.아연.실색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아무튼 이 모든 정황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단상 세가지가 있다.

첫째, 황우석 박사에 대하여 ;

이제는 모든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 더 이상 온 나라와 국민들을 혼란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없는 것은 없다고 하고, 있는 것은 있다고 밝혀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면서 실체는 없고 가능성만을 안고 있는 미완의 분야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본다면 '줄기세포는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겠지만 그것을 객관적 검증을 통해 확인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100여명의 고급 학자와 연구진을 갖춘 연구팀이 진행해 온 각종 연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취득한 기술과 성취가 모두 거짓을 위해 존재하였던 허상이라 생각지 않는다. 분명히 적지 않은 과학적 진보와 기술력의 축적이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그 모두를 물거품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황우석 박사는 자신이 짊어지고 폐기해야 할 부분과 스스로 자항(自航)하여 진보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해 주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하나같이 황우석 박사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데에는 불치병에의 도전이라는 가치로운 명제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특히 불치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나 그 가족들은 황우석 박사에게 걸었던 기대를 쉬이 접지 못한다. 그것을 방패삼아 더 큰 상처를 주어서는 정말 안될 일이다. 진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황박사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둘째, 노성일 이사장에 대하여 ;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인물이다. 적어도 그 분야 연구에 있어서 결코 황우석 박사 못지 않은 기술력과 기술인력, 연구진을 확보하고 있고 임상에 있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놓고 있음에도 이번 일의 결정적인 순간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도무지 석연치가 않다.

자신의 핵심 연구원들이 황박사의 연구실에 포진해 있고 아침저녁으로 왕래하면서 줄기세포 배양을 맡아서 했다고 하고 실질적으로 사진 조작을 한 것으로 밝혀진 김선종 연구원 역시 자신 휘하의 연구원임에도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진위논란을 떠나 이번 일 전체에 대해 공동책임이 없다할 수 없는 인물인데 그가 '폭로'를 하고 나서는 모습에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그리고 백 번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그리고 공동연구자 명단에 자랑스럽게 이름 석자 올린 패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는 모든 과정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 남아있는 사람이다. 그는 황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하고 용서를 빌든 처벌을 받든 해명을 하든 함께 해야 할 사안이지 자신만 빠져나가서는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때맞춰 미즈메디가 '성체줄기세포연구'와 관련하여 새로운 곳과 새로운 계약을 하였다는 소식 그리고 황박사와의 계약을 파기한다는 소식 등을 접하게 되는 것도 그의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시기적으로 정황상으로 올곧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그가 유능한 사업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양심있고 올바른 연구자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끝으로, MBC에 대하여 ;

어제 뉴스 보도에 이어 PD수첩 2탄을 보았다. 그 내용을 보니 왜 한학수 PD가 미국에 까지 가서 협박성 멘트를 하고 검찰수사 운운까지 하였는지 알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론적으로 MBC는 '완벽하고 확실한' 증거와 증언과 확신을 가졌던 것이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보완 취재를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MBC측의 주장 모두가 진실로 판명된다면 결과적으로 '취재윤리'가 문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으로서의 대단한 역할'을 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견을 달지 않겠다. 그러나 어제 노성일 이사장의 폭로와 연이어 방영한 2탄을 연결시켜보며 느끼게 된 것은 왜 MBC가 A부터 Z까지 확실한 결론을 내렸으면서 드라마틱(Dramatic)한 과정을 겪게 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YTN의 취재윤리논란 보도가 나갔을 때, 그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는 충분한 증거와 녹취 그리고 취재전과정에서의 확증이 있었음에도 왜MBC는 한 발 뒤로 빼면서 관망하는 스탠스를 취했을까.. 그것이 MBC의 발목을 잡게 될 '취재윤리' 문제를 한번 거르고 나서 완벽한 반전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었던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이 겪게 될 혼란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입장이었음에도 1,2탄으로 나누어 길게 잡은 것과 본론은 감추어 둔 채 곁가지를 1탄으로 방영한 것 그리고 문제가 심각해지고 온 나라가 들끓게 되었을 때 중요한 사실(연구원의 녹취록)등을 일부 언론을 통해 유포하여 대반전으로 흐르도록 하였던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것이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결론으로 이끌기 위한 의도였다면 그것은 방법상 옳지도 않거니와 비난받을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일은, MBC측의 주장이 100% 옳고 황우석 박사가 100% 허위라는 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연구의 최정점에 서있는 황우석 박사 스스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MBC가 황박사는 배제한 채, 연구팀의 핵심인물인 노성일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라는 형식을 취해야만 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황박사의 허위가 그 연구에 참여한 모든 연구진의 연구 모두를 허위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그 연구의 가능성에 인생에 유일한 '희망'하나를 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충혈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MBC가 이루는 성취는 황우석 박사의 몰락을 가져오겠지만 수많은 사람의 희망 역시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해야 한다.

오늘 오후 황우석 박사의 기자회견이 있다고 하니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어떠한 상황이 오든 MBC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MBC가 밝혀낸 것이 결코 폄하될 수 없는 성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래야 더욱 떳떳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덧글 : 위의 글은 기자회견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오후 두시 황우석 박사의 기자회견, 그리고 오후세시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모두 보고난 직후 확인된 사항이나 소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줄기세포가 존재했거나, 최소한 원천기술은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부인이 없다는 점

둘째, 국민들의 관심사는 줄기세포의 존재여부 혹은 진위여부인데 반하여 이번 사안의 본질은 우습게도 '줄기세포 관련사업'에 있어서 관련자들의 주도권 싸움이 아닌가 하는 느낌

셋째, 실질적인 기술제공이나 역할에 있어서 미즈메디의 공헌도가 적지 않은데 모든 공은 황우석팀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노성일 이사장의 노골적인 반감

넷째, 진위논란을 야기시킨 모든 제보와 핵심적인 정보제공 및 MBC PD수첩과의 교감에 있어서 결국은 노성일 이사장이 그 핵심이 아닌가 하는 느낌

다섯째, 노성일 이사장과 그를 둘러싼 연구원, 교수들이 모든 키를 쥐고 있을 것 같은 느낌...

이것이 또다른 음모론의 제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두렵습니다만.. 느낀대로 올립니다.[디지털국회 신상철]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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