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막으니 공급 위축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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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부가 재건축아파트의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자 주택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올 초 시행된 새 국토법 때문에 인.허가가 늦어져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억제책이 잇따라 나와 아파트를 제때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급위축이 계속될 경우 2~3년 뒤엔 수급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주택협회는 9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1~4월 전국 아파트 공급 실적을 조사한 결과 모두 3만4천9백15가구로 목표(6만6천2백77가구)의 52.7%에 그쳤다고 28일 밝혔다.

업체들은 이 기간 공급 목표를 지난해 같은 기간(5만7백75가구)보다 30% 가량 늘려 잡았지만 실제 공급은 15% 정도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한해 아파트 공급이 지난해(14만9천5백64가구)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주택협회는 내다봤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사업승인이나 인허가 문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하반기엔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까지 겹쳐 공급이 더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축허가.착공 면적도 줄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건축허가 면적은 2백88만9천여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줄어 지난 2월 이후 3개월째 감소했다. 착공 면적 역시 주거용의 경우 1백10만5천여평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2% 줄었다.

대우건설은 올 들어 4월까지 아파트 6천6백5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55%선인 3천6백85가구에 불과했다. 서종욱 상무는 "지난 1월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분양할 계획이던 아파트(8백여가구)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5개월이 지나도록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 사업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쌍용건설.대림산업도 공급목표의 50%를 밑돌았으며 동문건설은 이보다 더 낮아 23%선이다. 동문건설 김시환 이사는 "지난해에는 사업승인을 받는 데 2~3개월이면 충분했으나 지금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절차가 복잡해 6개월~1년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 대전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에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인 쌍용건설도 사업승인이 언제 날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다음달 투기과열지구 확대조치가 시행되면 수도권 일대 아파트 공급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했다. 수도권 비인기지역 소규모 단지의 경우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개발업체인 레피드코리아 권대중 사장은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투자를 겸한 실수요자가 많은데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 전체적으로 청약.계약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미분양을 우려해 사업을 포기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80% 이후 일반분양을 하는 재건축아파트 후분양제 역시 아파트 공급 공백을 초래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한미은행 주택금융부문 장승진 팀장은 "후분양제도와 분양권 전매 금지조치로 입지가 나쁜 곳은 시공사와 시행사들이 파이낸싱(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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