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도, 편의점도 알리페이 결제 … 위기감에 걸음 빨라진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국내 시장을 사수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장은 국내 핀테크, 특히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환경에 대한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알리페이로 대표되는 외국계 간편결제 시스템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동안 제대로 된 대항마를 개발하지 못한 현실이 그의 우려 대상이었다.

 27일부터 롯데백화점이 전국 주요 7개 점포에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그의 근심은 더욱 짙어지게 됐다. 알리페이는 등록회원 수가 8억명에 이르는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 회사다. 29일에는 우리은행이 알리페이로 구매할 수 있는 중국인 전용 교통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이미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결제 시장을 시작으로 신용평가 영역에까지 진출해 국내 금융권 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며 “국내 핀테크 산업이 빨리 성장하지 않으면 이들 업체에 시장이 종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한국 정부와 금융권은 최근 들어 핀테크 육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천송이 코트’ 인터넷 구매 논란과 이로 인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를 계기로 핀테크 육성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의 접점 역할을 맡게 될 ‘핀테크 지원센터’를 만들어 양측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은행들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7개 은행이 핀테크 전담 조직을 만들어 핀테크 벤처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핀테크 발전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3~4년 뒤져 있다”며 “해외 업체로의 종속을 방지하려면 빨리 규제를 완화해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6’에 탑재돼 7월 선보일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삼성페이’가 국내 핀테크 시장 성장의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