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동남아 외화벌이 창구… 조광무역, 마카오서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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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남아 거점이자 외화벌이 창구였던 마카오 조광무역이 조직을 축소해 중국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마카오의 소식통들은 19일 "마카오의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자금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미국 당국의 발표를 전후해 조광무역이 중국 광저우(廣州).주하이(珠海)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조광무역뿐만 아니라 상당수 북한 기업들이 마카오에서 활동이 어렵게 되자 중국으로 옮기거나 철수했다"고 덧붙였다. 조광무역 책임자였던 박자병 사장은 평양으로 돌아갔으며 후임자는 아직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조광무역의 주거래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匯業銀行)가 대북 거래를 중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9월 15일 이 은행이 북한의 마약.위조지폐, 가짜 담배로 번 돈을 세탁하는 곳이라고 발표했다. 그 후 이 은행은 대북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이와 함께 마카오 당국은 10월 말 은행.카지노.환전소 등의 돈세탁 행위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돈세탁 방지법안을 제정했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로 마카오 은행과의 창구가 막히자 거래처를 오스트리아 은행 등지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도박의 도시인 마카오가 카지노 사업의 성격상 그동안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에 다소 관대한 측면이 있었으나 미국의 발표 뒤 북한에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조광무역은=마카오에서 사실상 북한대표부 역할을 해온 곳이다. 1957년 설립돼 수출입 업무와 함께 비자 발급 등 영사 업무도 해왔다. 특히 1987년 KAL-858기 폭발사건에 마카오 주재 북한 기관원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질 당시 조광무역은 북한의 정보수집 기지로 이용됐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 한국 정부가 북한에 2235억원을 송금하는 채널로 이용했다. 조광무역 임직원 자격으로 북한인 100여 명이 마카오에 거주해 왔다.

미국은 1994년 조광무역을 거점으로 한 북한의 위조 달러 제조.유통 사건을 처음 적발한 이후 줄곧 조광무역의 주거래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를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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