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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훨훨 … 한쪽 날개만 커진 한국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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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년 초 개봉할 권상우.유지태 주연의 영화'야수'는 이미 400만 달러에 일본으로 수출됐다. 순 제작비 54억원 가운데 70% 이상을 일본시장에서 조달한 셈이다. 이 영화만이 아니다. 2005년 현재 한국영화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시장 비율은 19.2%에 이른다. 반면 국내 관객수는 사실상 답보상태다. 제작비의 꾸준한 증가세를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수출 없이는 흑자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영화투자제작사 아이엠픽쳐스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올해 한국영화시장 분석자료를 공개했다.

◆ 국내시장규모 제자리=이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에서 개봉한 전체 영화 편수는 지난해의 265편에서 303편으로 늘었다. 하지만 관객수(이하 모두 서울 기준)는 4600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0.2% 성장에 그쳤다. 영화 한 편 당 수익구조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얘기다. 사실 올 상반기에는 이 정도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흥행 부진으로 관객수가 지난해 대비 9.4 % 줄었기 때문이다. 후반기 들어'웰컴투 동막골''아일랜드'등 국내외 영화가 차례로 성공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피했다. 자연히 영화 한 편당 관객수도 15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12.4% 줄었다.전체적으로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55.2%)와 비슷한 55.1%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 한국영화 흑자내기 더 힘들어져=이런 관객 추이와 반대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는 지난해 보다 9% 늘어난 45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영화 87편 중 애니메이션과 1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를 제외한 72편을 대상으로 한 수치다. 이는 2000년 이후로 5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이 정도 제작비를 극장에서 뽑으려면 전국에서 관객 170만명 이상은 동원해야 한다.

제작비 상승은 대작 영화 제작 붐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만 50억원대인 영화가 8편이나 된다. 지난해는 2편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흑자를 낸 작품수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국내매출만 놓고 볼 때, 지난해 세 편 가운데 한 편(35%)꼴로 흑자였던 것이 올해는 네 편 가운데 한 편(24%)꼴이다.

◆ 일본 중심으로 수출 늘어=다행히도 수출이 이런 적자폭을 메워준다. 한국영화의 해외매출은 전년 대비 14.9% 성장했다. 올 한해 한국영화의 수출이 6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해 아이엠픽쳐스가 계산한 수치다.

문제는 수출의 주요 시장이 아시아, 그 중에도 일본이라는 점이다. 수출 가운데 일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003년), 69%(2004년), 74%(2005년)로 커지고 있다. 아이엠픽쳐스 측은 "한국영화 수출이 특정지역에 한정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성적표에 따라 극장과 제작투자사 간의 수익 배분비율 등 국내영화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목표를 조정해야 할 단계가 된 듯 하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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