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2005증시를말하다] "온국민 펀드 바람 투자 안목 높아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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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893.71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19일 사상 최고치인 1339.40을 기록했다. 이런 증시 열풍을 받친 것은 펀드 투자였다. 올 증시의 화두들을 증권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되돌아봤다.

10월 말까지 적립식 펀드에 투자된 돈은 12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은행(23%)이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고, 이 중에서도 1등은 서울 고덕역지점이 차지했다. 펀드 판매를 총괄하는 최강현 팀장의 입을 빌려 올해 '펀드 열풍'을 되돌아보고, 투자자들에 대한 당부도 들어봤다. 글은 최 팀장이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윤 선생님께.

매서운 바람에 눈까지 내려 어깨가 자꾸 움츠러듭니다. 그래도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내년 농사가 잘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춥다가 봄이 오면 훨씬 더 따뜻하게 느껴지겠지요.

윤 선생님이 지난주에 가입한 적립식 펀드의 이치도 똑같습니다. 가입하신 날 황우석 교수 문제로 주가가 떨어져 놀라셨겠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더 이득입니다.

적립식 투자는 이처럼 조바심을 버리고 3~4년 이상 꾸준히 해야 합니다. 저는 2~3개월 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분에겐 아예 적립식 펀드에 들지 말라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적금을 깨거나 자산을 전부 펀드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이러다 보면 단기 수익을 좇게 돼 위험만 커집니다. 특히 요즘엔 펀드 가입을 좀 더 일찍, 더 많은 금액으로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선생님도 "너무 늦었지요"하고 물으셨지요.

하지만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10여 년간 예금만 부어왔던 분들이 처음으로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해 보셨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금리가 낮고 노년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후를 대비해 재테크 요령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적립식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에 첫발을 디뎌 본 것은 앞으로 자산을 불려가는 데 두고두고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펀드 투자를 주저하는 분에게도 "몇 만원이라도 좋으니 경험 삼아 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고기 낚는 법을 익히시라는 것이지요.

이번에 선생님이 두 아들 앞으로 각각 월 30만원씩 붓기로 한 것도 나중에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려우시겠지만 분기마다 보내 드리는 운용보고서를 자녀와 함께 보면서 어떤 주식을 샀는지, 왜 올랐는지를 얘기해 보세요. 그만한 경제 교육이 없습니다.

윤 선생님.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펀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마이애미에 사시는 분도 펀드에 들고 싶다는 전화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부자들도 절세 효과가 있는 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주식 거래를 통한 펀드 수익에는 이자소득세가 안 붙기 때문이죠.

변화도 많았습니다. 3월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믿고 맡겼는데 서운하다"는 전화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주가가 내리면 오히려 고객들이 펀드 들겠다고 먼저 찾아오시지요.

저는 올해 펀드 투자를 시작하신 분들에게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기 투자하겠다던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 때 실패하신 분들은 지금도 펀드의 '펀'자만 나와도 질색을 하십니다. 그만큼 상처가 깊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펀드를 팔거나 운용하는 저희 같은 금융사 직원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투자자들도 펀드는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수익의 기쁨도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연말 모임으로 바쁘시겠지만 새해가 오기 전에 꼭 내년 재테크 계획을 한번 짜 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국민은행 고덕역 지점 최강현 VIP팀장 올림

정리=김영훈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여성 가입자가 남성 두배"
국민은 고덕역 지점 자체분석

국민은행 서울 고덕역지점은 1094개 지점 중 적립식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다. 이 지점의 적립식 펀드 잔액은 11월 말 현재 139억원으로, 직원 1인당 약 8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지점 고객의 성향을 들여다보니 적립식 펀드 가입자 10명 중 3명은 40대였고 30대(21%)와 50대(15%)가 뒤를 이었다.

여성 가입자가 남성 가입자보다 두 배 많았다. 1인당 평균 투자액은 937만원. 30대(723만원)부터 단계적으로 늘어나 자산가가 많은 70대 이상은 1인당 3025만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든 경우가 대부분인 10대 가입자의 평균 투자액(400만원)이 20대(335만원)보다 많았다. 최강현 팀장은 "대규모 아파트촌에 사는 중산층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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