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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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업마다 업종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듯 조직도 달라야합니다. 조직의 운영이 평시나 전환기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황경노사장 (54) 은 이른바 조직의 기동성있는 대응력을 경영의 요건으로 강조한다. 6·25당시 소대장을 할 때 한 전투에서 소대원 6명이 전사하고 1명이 포로로 잡혔다. 적에게 이미 비밀은 알려진 셈이고 그래도 전투는 계속해야 할 판이었다. 생각끝에 그는 소대원의 배치를 완전히 바꿨다. 그리고 그 날 야간전투에선 대승을 거두었다.
상시와 비상시의 조직운영이 같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성과를 올린 셈이다.
지난3월 자보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이 신조를 실천에 옮겼다. 기존지점외에 본부장 밑에 직할조직을 둬 영업을 강화하고 상대방 회사를 겨냥해 영업정보과를 신설했다. 이와함께 간부직을 비롯, 사원들을 휴일 없이 교육에 밀어붙였다.
어떻게 보면 자보는 지난 1년간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또 국영에서 민간기업으로 넘어오면서 어느 기업보다 급격한 변화를 체험한 셈. 전환기엔 조직의 대응력만이 기업을 고비에서 헤쳐나오게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자보사장전임은 소방수같은 측면도 있다. 김준기회장과는 대한중석의 과장시절부터10여년이상 친교가 있다. 그런 인연으로 동부그룹의 삼척산업·동부고속의 경영을 맡으면서 가는 곳마다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치밀한 조직관리를 앞세우는 만큼 무척 합리적이다. 『사장이라도 임기중에 성과를 너무 앞세우면 오히려 회사에 저해가 될 수 있다.』 목표는 높게 세워야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도 합리의 원칙은 전제되어야한다.
합리를 존중하는 만큼 사원채용때도 무리를 않는다. 1류대출신이 좋기는 하나 여건이 좋지 않으면 곧장 회사를 떠난다. 회사와 사원 서로가 맞는형을 골라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회사에 뿌리를 박고 성과도 크다. 세번 면접을 해 살피고 선택한 뒤 다시 한번 점검할 정도로 신중하다.
소대장시절 야간전투에 두려움을 이기려고 입에 댄 담배가 하루 3갑의 체인 스모커로 변했다. 게다가 하루에 커피를 10여잔 씩 들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 즐기는 셈.
그러나 『긴장하면 아플틈도 없다』 는 말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는 생활이 건강을 유지하게한것 같단다.
[약력] ▲1930 서울출생 ▲1959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1965 육군소령예편 ▲1972 포철상무 ▲1978 삼척산업 사장▲1984 한국자동차보험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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