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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오대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깊고 부드러우며 그윽한 산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대산을 꼽는다. 20년이 넘도록 산행을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대산은 금강산과 설악산을 빚은 태백산맥이 또다른 솜씨를 자랑한 명산이다. 주봉인 비로봉은 1천5백63m나 되지만 여느산과 달리 기암절벽이나 폭포가 없다. 그래서 뛰어나게 웅장하거나 날카롭지 않지만 덩치에 걸맞게 의젓하다. 그러나 노인봉이 품고 있는 소금강계곡은 소와 폭포와 암봉이 어울려 절경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으로 꼽혀왔다거나. 비로봉을 비롯해 호령봉·상왕봉·동대산·두로봉등 다섯 봉우리가 연꽂 이파리처럼 벌려 있어 오대산이라 했다는 옛사연을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한강의 발원지가 이곳이고 옛 사고지·금강산·마하연을 본떠 상원사와 이곳의 신라 법종등 곳곳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만 봐도 알만하다. 물론 오대산은 국립공원이고 소금강은 명승 제1호다.
명산이 어느 계절이라 더좋을까만 특히 겨울의 설경과 철쭉이 지고 난 뒤의 신록, 이른 아침의 운해는 부드러운 산세와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오대산 코스중 가장 아기자기한 코스는 진고개산장에서 시작하는 노인봉∼소금강 코스다.
산장 뒤편의 가파른 길을 20여분 오르면 능선이다. 이곳은 온통 철쭉 터널이다. 1시간40여분쯤 가면 암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노인봉이다. 이곳의 운해와 조망 또한 장관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난 길을 1시간정도 내려가면 낙영폭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인 소금강이다.
이곳에서부터 약4시간의 하산길에 펼쳐지는 경관은 그 어느 곳과도 견줄수 없는 절경의 연속이다.
곳곳에 만물상·오작담·구곡담·일월암·삼선암·구룡폭·십자소등 한구비 돌때마다 폭포와 기압과 소가 번갈아 펼쳐져 발길을 더디게 한다.
이곳은 사잇길이 많으나 이정표와 안내표지가 비교적 잘 되어 있다.
적멸보궁 쪽의 그윽한 분위기와 소금강의 아기자기한 산행을 함께 즐길수도있다. 적멸보궁에서 하산하다가 오대산장 못미쳐 왼쪽 등산로를 따라 동대산∼진고개산장∼노인봉∼소금강으로 내려오는 연결코스. 그러나 약3시간이 더 소요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입산금지조치가 풀려 더욱 산뜻하고 흐뭇한 산행을 즐길수 있어 오대산은 어느 코스로 가든 이른여름의 산행으로는 최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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