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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 총리' 이완구 "진실은 밝혀질 것" … 역대 두 번째 단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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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 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역대 두 번째 단명(최단명은 허정, 65일)인 취임 70일 만에 물러나게 된 이 총리는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며 검찰 수사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임식에서 자신의 낙마를 몰고 온 성 전 회장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다. 대신 ‘최근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뒤 첫 사과였다.

 그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며, 소통과 공직 기강 확립, 부패 척결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는 큰 희망을 갖고 (총리직을) 시작했다”면서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20일 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이후 21일부터 줄곧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칩거해 온 이 총리는 “그간 최근의 일과 관련해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현실과 장래에 관해, 그리고 특히 공인으로서 다해야 할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총 664자의 짤막한 이임사였다. 직접 손질한 이임사를 이 총리가 읽는 데 걸린 시간은 2분30초. 이임식은 국민의례를 포함해 7분 만에 끝났다.

 짧고도 전격적인 이임식이었다. 이날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 총리실 간부들은 “퇴근 시간이 2시간밖에 안 남았으니 물리적으로 오늘은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재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4시50분쯤 이임식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며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행사를 주관하는 행정자치부 측이 청사에 입주한 공무원들에게 이임식에 참석하라고 안내 방송을 내보낸 것은 이날 오후 5시25분. 이임식은 45분 뒤인 오후 6시10분 시작됐다. 오후 6시4분쯤 청사에 도착한 이 총리는 정종섭 행자부 장관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장관) 등의 영접을 받았다. 이 총리는 건강 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남미를 다녀온 정 장관에게 “고산지대라 이번 순방이 많이 힘들었겠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임식을 마친 이 총리는 다시 본관 청사 현관 앞으로 왔다. 총리실 직원의 꽃다발을 받은 이 총리는 갑자기 감정이 복받친 듯 입술을 깨문 채 잠시 울먹였다. 이어 “감사합니다”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청사를 떠났다. 이 총리는 곧바로 시내 한 병원에 입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글=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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