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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제시장' 버전 중동 일자리는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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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얼마 전 70대 ‘할배’들의 중동 여행담을 TV에서 보았다. 두바이 음악분수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버즈칼리파 빌딩을 배경으로 150m 높이의 물기둥이 6000여개의 조명을 받으며 쏟아지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지난 1970~80년대의 “중동 붐”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흔히 중동 가서 일하라고 하면, 뜨거운 사막 모래바람 속 건설현장을 먼저 생각한다. 게다가 IS 테러 같은 소식도 들리니 힘들고 위험한 곳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아랍에미레이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국가들은 사계절 긴 팔 셔츠를 입을 정도로 냉방 잘 된 사무실, 담수로 잘 가꾸어진 가로수, 높은 빌딩과 화려한 야경, 안전한 치안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검은 황금(Oil)의 힘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중동은 더 이상 영화 ‘국제시장’의 일자리가 아닌 우리 젊은이들에게 괜찮은(decent) 일자리를 주는 곳이 되고 있다.

 카타르에는 현재 약 950여명의 한국인 승무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앞으로 의사, 간호사 같은 의료 전문인력 진출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UAE 원전수출 현장에는 상당수 청년들을 포함한 2400여명이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에 최근 100여명의 한국인이 채용되는 등 대학교수, 연구원, 항공 정비사, 심지어 운동 트레이너까지 다양한 인력들이 진출해 있다.

 물론 생활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우디의 금주, 여성 운전금지처럼 문화적 어려움이 있고,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생활환경이 다소 못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보다 높은 임금(게다가 소득세도 없다)과 40일 이상의 휴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강도, 이 곳 경력을 토대로 영미권으로 쉽게 이직을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우리 청년들이 도전할 만한 기회가 왜 아니겠는가? 더욱이 일류대학, 대기업 출신 따지지 않고 해당분야 전문성과 경험만을 중시하는 현지문화를 고려하면 청년만이 아니라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쿠웨이트 국영 원유공사에 취업한 청년들이 “한국서 회사 다닐 때 꿈도 못 꿨던 ‘가족이 있는 삶’을 매일 산다”고 했던 말에 한번쯤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중동의 산업 다각화 정책에 맞추어 현지 전문인력이 부족한 에너지 신산업, 원자력, 의료, 보건, ICT 등 분야에 청년인력이 진출할 수 있도록 원스톱 정보제공 포털 및 모바일 앱 구축, 특화교육 신설, 비자취득 요건완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진출과 연계한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 맞춤형 해외투자 지원정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런 정부의 노력과 더 큰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청년들의 열정이 어우러진다면 중동시장은 충분히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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