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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알짜' 강남 저층 재건축 꼬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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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강남권 저층 단지들의 재건축이 수렁에 빠졌다. 강동구 고덕지구, 둔촌주공 및 강남구 개포지구, 송파구 가락시영 등의 층수.용적률 결정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 부담 증가 등 사업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사업이 오랫동안 표류하거나 심할 경우 포기하는 단지도 나올 것 같다. 재건축 선두그룹인 이들 단지의 사업전망이 어두워져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 층수 제한 더 강화=지난 14일 열린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예상과 달리 고덕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를 평균 15층으로 완화하는 조례 개정안의 의결이 늦어지자 서울시에서 의결 이후 다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8일까지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별로 없다. 따라서 주공1단지를 제외한 고덕지구 아파트들은 1월 19일부터 바뀌는 건축기준을 적용받아 재건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덕지구뿐 아니라 1월 18일까지 지구단위계획을 통과하지 못하는 모든 재건축.재개발아파트는 새로 바뀌는 건축기준을 따라야 한다. 새 기준은 ▶동간거리 확보 ▶공원 옆 높이 제한 등이 골자다.

동간거리 확보는 재건축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탑상형(타워형) 아파트의 경우 동간거리가 기존 0.8배에서 1배로 늘어난다. 동(棟)높이만큼 간격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판상형(一자형) 거리 기준(1배)은 그대로다. 동간거리가 넓어지면 같은 층을 기준으로 지을 수 있는 건물 수가 줄어든다.

어린이공원.근린공원 옆에 짓는 아파트는 더 괴롭다. 아파트 높이 산정기준이 공원 한복판에서 아파트 쪽 경계선으로 바뀐다. 공원경계선에서 건물까지 거리의 2배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공원 옆 층수는 공원 복판에서 경계까지 거리의 절반 정도로 낮아진다. 그만큼 용적률과 연건평이 감소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확보된 용적률을 다 찾아먹지 못한다.

고덕지구의 한 단지가 바뀌는 건축기준을 적용한 결과 건축연면적이 1620평 줄어들고 분양수입이 320억원 줄어 조합원당 5000만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이 조합 관계자는 "탑상형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건축기준 강화 타격이 만만치 않다"며 "수천 가구의 대단지는 여러 개의 동이 없어지고 단지배치도 확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원 옆 아파트는 이중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덕 주공4단지 조합 관계자는 "인근에 공원이 많아 공원 옆 동들은 5~6층으로 지어야 할 것으로 예상돼 200% 넘게 가능한 용적률도 150~160%밖에 못 찾아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들은 1단지 외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년 하반기 도입되는 기반시설부담금까지 감안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가구당 1억원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 개포지구는 장기 표류할 수도=개포지구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단지별 용적률 배분안 심의를 보류해 줄 것을 최근 서울시에 요청했다. 용적률 논란 때문이다. 개포지구 용적률 배분안은 2종 주거지역 저층 단지에 177%의 용적률을 적용한다. 구청이 올해 안에 확정하기 위해 지난달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첨부해 서울시에 올린 계획이다.

주민들은 서울시에서 구청 안대로 결정할 경우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심의를 막기로 한 것이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용적률 177%로는 일부 단지에선 28평형 이하가 전체 가구의 73%나 차지한다"며 "조합원 평형 넓히기도 쉽지 않아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의 보류로 개포지구 재건축은 2007년까지 발이 묶일 수 있다. 177% 적용의 근거로 2002년 결정된 '지구 전체 평균 200% ' 용적률의 변경이 5년 뒤 가능하기 때문이다.

용도지역을 2종에서 3종으로 바꿔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가락시영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표정도 어둡다. 사업부지의 16% 정도를 도로 등 공공시설로 기부채납할 계획이어서 용도지역 변경을 낙관했는데 최근 건교부와 서울시의 용적률.층수제한 방침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에 재건축정비계획 심의가 올라가 있는데 용적률 억제 분위기에서 용도지역 변경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합들은 "2종지역 190% 용적률로 재건축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J&K 백준 사장은 "재건축 의지가 강한 이들 단지가 새로운 규제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면 재건축 시장 전체가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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