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이제는] 29. 도입 3년인데 왜 인기 없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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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사 창구를 직접 찾아가든, 온라인을 이용하든 가입자가 내야 하는 판매 보수는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으로 가입하더라도 계좌 개설은 창구에 직접 가서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온라인 판매가 정착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판매 방식을 다양화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보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에 개설된 펀드계좌 가운데 10%만이 온라인 거래가 가능하다. 그나마도 단기에 돈을 넣고 빼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대부분 활용돼 일반 펀드를 구매하는 데 이용되는 계좌는 극소수다.

별도의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한국투자증권은 일반 펀드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른 증권사는 이 정도에도 못 미치는 곳이 허다하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인 키움닷컴도 펀드 판매 분야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 같은 이용 부진은 업계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금융사들은 지금도 판매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판매 보수를 차등화할 수 있지만 일률적으로 똑같은 보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당수 운용사가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열사여서 보수가 낮은 온라인용 펀드를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은 피해야겠지만 보수가 싼 온라인 펀드가 많이 나오면 평균 판매 보수(1.48%)가 미국(0.23%)의 6배나 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펀드를 잘 모르는 고객은 창구에서 충분히 상담을 받아야겠지만 펀드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보수를 적게 주고 펀드를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 서명과 인증 제도를 활용해 온라인으로도 펀드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붓는 근로자들이 펀드를 바꾸거나 손쉽게 관리하려면 온라인을 이용한 판매.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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