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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가 흔들렸다 … 해발 6000m지대 400명 고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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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다라하라 탑이 기단만 남고 무너졌다. [카트만두 AP=뉴시스]
다라하라 탑의 원래 모습. [카트만두 AP=뉴시스]

“50층 건물 높이의 눈더미가 나를 향해 떨어졌다.” 26일 싱가포르인 조지 포울샴은 자신이 살아남은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산 등반 중 눈사태를 만나 조난당한 그는 “눈더미를 피해 달렸지만 곧 쓰러졌고, 일어나려 했지만 또 쓰러졌다”며 “숨을 쉴 수 없어 죽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내 섰을 때 눈더미가 나를 지나갔고 내가 거의 다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4·25 대지진으로 네팔의 관광업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관광은 네팔의 주요 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로, 해외 근로자의 국내 송금액 다음으로 비율이 높다. 규모 7.8의 대지진이 수도 카트만두 인근을 강타한 지난 25일(현지시간)은 네팔 관광의 최고 성수기다. 로이터통신은 “외국인 관광객 수만 명이 네팔을 방문 중이었다”며 “그중 약 1000명이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네팔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네팔을 찾은 관광객은 약 80만 명이었다. 그 가운데 6만5152명이 4월에 입국했다. 네팔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연간 약 2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진 여파로 발생한 눈사태로 현재까지 산악인 19명이 사망하고 61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 24일부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선 한국인 배형근(29)씨는 이날 갑자기 발생한 눈사태를 피해 촘롱(해발 2170m) 인근 대피소에서 이틀째 대기 중이다. 배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에 오르던 중 갑자기 엄청난 진동을 느꼈다”며 “경사면에 있던 나무와 바위들이 온통 흔들려 곧바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해발 4000m 안나푸르나 인근 가이드와 포터들이 다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앞으로 24시간 안에 여진이 수차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해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해발 6000m 이상인 베이스캠프 1과 베이스캠프 2에는 300~400명의 등산객이 남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글래스와 무인 자동차 등을 개발하는 구글X랩의 임원 댄 프레디버그(33)도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숨졌다.

 등반객을 돕는 네팔인 요리사 칸차만 타망은 지난해 16명의 셰르파가 목숨을 잃은 눈사태 이후 가족들에게 베이스캠프는 안전하다고 안심시키고 일을 해왔지만 “내년에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AFP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시즌은 이제 끝났다. 루트는 파괴됐다. 이 산은 너무 큰 고통이다”고 덧붙였다.

 대지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 안전 파악과 귀국편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도는 이미 자국민 800명을 철수시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자국 관광객 4명이 사망했고 10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에베레스트를 등반 중이던 50대 남성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네팔의 주요 문화유산도 이번 강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3000만 네팔인의 정신적 지주인 카트만두 도심의 다라하라 탑이 25일 무너졌다. 1832년 높이 61.88m의 9층 탑으로 세워진 다라하라 탑은 183년간 줄곧 카트만두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탑은 213개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카트만두 전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랜드마크였다. 지진 후 잔해에서 60여 명의 관광객 시신이 발굴됐다. 뉴욕타임스는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등 네팔의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 총 7곳 가운데 4곳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네팔의 수백 년 된 사원 등 고건물 상당수가 무너지자 유네스코는 “재건을 돕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진·하선영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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