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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人 과학in] 생각하는 대로 실현된다 … 뇌신호 통신 시대 열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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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호 06면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뇌파를 이용해 자판을 입력하는 모습. [사진 서울대]

생각만으로도 원하는 것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목이 마르다” “전등을 꺼야겠다” “전화를 걸어야지” 하는 등의 단순한 생각만으로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뇌에서 발생하는 생체신호를 측정·해석해 판독하는 ‘뇌신호 통신(Brain Signal Communication)’ 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이다.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외부 입력 정보를 처리·분석하고, 우리 몸의 각 기관이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제어신호를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신호를 외부에서 감지해 해석한다면 우리는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한 대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다.

 뇌의 활동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생체신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머리의 표면에 전극을 부착해 측정하는 뇌파신호가 가장 대표적인 생체신호다. 특정한 생각을 할 때, 또는 특정한 모습을 보고 있을 때, 혹은 생각하지 못한 외부 입력에 대해 특이하게 나타나는 뇌파신호의 복합적인 패턴을 인식해 뇌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뇌신호 통신기술이 활용되는 분야는 매우 넓다. 가장 의미 있고 절실하게 기술 발전이 요구되는 분야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이다. 운동기능과 함께 언어기능마저 모두 상실한 중증 장애인은 신체 동작이나 언어로 의사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

 이들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지만 자신은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 척추 손상이나 근위축성 측상경화증(루게릭병), 뇌손상 및 뇌병변질환자 등이 그렇다. 이들은 시청각 등 신체 감각기능은 정상이지만 운동기능과 언어기능을 상실해 자신의 내부에 갇혀 있다. 이른바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에 속하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뇌신호 통신기술이라는 혁신적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외부로 전달한다.

 이 분야의 선두는 미국의 워드워스센터 연구그룹이다. 이들은 이미 뇌신호 통신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 세계 100여 연구그룹이 이러한 뇌신호 통신방법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뇌신호 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생체인증 분야다. 이미 지문·홍채 등의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증 방법이 연구·활용되고 있다. 여기에다 특정한 생각을 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신호 등의 생체신호를 이용해 새로운 차원의 인증 방법을 제공한다.

 생체신호는 신체의 해부학적 특성이 아니라 생리학적 활동과 상황에 맞게 나타난다. 따라서 ▶살아 있는 동안에만 발생하고 ▶외부에서 전혀 볼 수 없으며 ▶복제가 절대 불가능하고 ▶감정 및 환경에 따라 변한다. 기존 해부학적 생체인식 방법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장점이 많다. 강요에 의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극도의 보안과 신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뇌신호 통신기술을 실용화하려면 ▶뇌파를 쉽게 측정하기 위한 하드웨어 기술 ▶생각 판독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실용화를 위한 기존의 통합시스템 기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상상에만 머무르던 생각을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바꿔놓았다. 이런 기술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복지를 현격하게 향상시키는 매우 시급하면서도 희망적인 기술로 촉망받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뇌신호 통신기술은 미래의 핵심 기술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박광석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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