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에겐 은행저축 권장, 자체 돈은 고리채권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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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융시장 최대의 큰손이랄 수 있는 공무원 연금기금이 은행예금은 외면한 채 단자회사 어음·회사채 등과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고리운용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은행금리 9%(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가 물가수준에 비하면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며 은행예금을 강조해온 정부가 자신의 돈은 수익률이 낮다고 은행예금을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부동산 투자까지 하고 있다.
2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83년 말 현재 공무원 연금기금의 조성액은 1조 2천 3백 20억원으로 이중 62.3%에 해당하는 7천 6백 81억원을 유가증권 매입에 쓴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주로 단자회사를 통한 기업어음 매입을 비롯해 금리가 높은 회사채·각종 특수채권 등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 연금기금의 운영수익률은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13% 수준을 기록, 작년 한햇동안 1천 8백억원의 이익금을 냈다. 고리운용수입뿐만 아니라 신종사채라 할 수 있는 소위 「완매」 자금조달에 필요한 채권을 기업들에 빌려주고 대여료 수입까지 올렸었다.
한편 부동산 투자에도 상당한 돈이 투입되어 작년 경우 토지 7백 14억원 어치를 비롯해 모두 7백 71억원 어치(전체기금의 6.2%)의 부동산투자를 했으며, 금년에도 대구의 대구상고 부지를 비롯해 부산·청주 등에 모두 7백 33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일 계획으로 밝혀졌다.
공무원 연금기금이 이미 보유하고있는 부동산은 토지·건물 등을 합쳐 지난 1월말 현재 1백 39만평에 이르고 있으며 장부가격으로 따져 1천 5백 30억원이므로 현재 시세로는 이보다 훨씬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을 사들이는것 뿐만 아니라 팔기도 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땅을 42억원 받고 무역협회에 판 것을 비롯해 금년 안에 60억원 어치의 부동산매각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보유토지 중 15만 7천평을 임대할 계획이다.
한편 은행예금은 전체 연금기금의 2.9%에 불과한 3백 53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급한 필요에 대비한 지불준비금이다.
그나마 지금까지의 은행예금을 보면 82년에는 5백 74억원까지 늘어났었으나 6·28조치로 은행금리가 대폭 낮아지자 최근수준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올해도 전체연금기금은 3천억원이 더 늘어나는데도 은행예금은 한푼도 더 늘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연금기금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더욱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자금이면서도 12%이상의 금리가 보장되는 콜시장(은행간 금융거래)에도 끼어들 계획이며 증권회사와 단자회사 등이 새로 발행하는 고리상품들을 집중 매입키로 했다.
결국 서민예금과는 거리가 먼 고리의 CP(신종 기업어음·1천만원 이상)나 새로 나올 CD (양도성 예금증서·1억원 이상) 등은 공무원 연금기금과 같은 「큰손」 차지로 돌아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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