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와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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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작중인 영화 『비구니』가 물의를 빚고 있다. 그 미모의 비구니가 겪는 육체의, 수난기를 다룬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남녀의 정사로 시작된다.
이런 영화를 보고 동국대 비구니회 회원 28명이 영화사를 상대로 「제작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 파동은 최근엔 예총이 그 산하단체들과 함께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모독」과 「박해」라는 성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캐럴·베이커」가 주연한 『기적』이란 영화가 있다. 스페인의 어느 시골 수녀원에서 수녀 수업을 하던 「테레사」는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했다가 중상을 입고 입원한 영국군 대위 「마이클」을 치료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수녀원에서 쫓겨나 남자들과 사람에 빠지는 동안 그로 해서 수녀원의 성모상도 없어지고 마을도 가뭄에 시달리고 슬픔에 짓눌린다.
그러나 마침내 「테레사」가 욕정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온다. 그런 타락의 늪에서 깨어나 참회의 눈물을 홀리며 발길을 돌리는 곳은 바로 수녀원.
그때 가물었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수녀원의 성모상도 어느새 새로 나타나게 된다. 「기적」의 실현이다.
외국에도 성직자를 대상으로 만든 영화 작품들은 많다. 특히 수녀를 주제로 한 영화는 흥미가 물씬해서 관객동원에도 꽤 효과적인 모양이다.
그 주제 중엔 노골적으로 수녀의 타락을 그린 것도 있다. 혹은 성적 문제로 다루지 않더라도 수도자의 신분을 우스개로 다룬다든지, 파렴치한 모습을 다룬 경우도 있다.
「오드리·헵번」 주연의 『파계』도 있다. 수녀의 몸으로 성직의 본분은 벗어났지만 정의를 위해 총을 드는 수녀상을 그리고 있다.
물론 그렇게 다투지 않고 성직의 위엄과 품위를 살려서 다루는 경우는 더욱 많다.
『파도』에서는 타락한 처녀가 새 삶을 얻고 진지하게 살길을 찾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존·휴스턴」 감독 「로버트·미첨」과 「데버러·커」주연의 작품 『미스터 「엘리슨」, 하늘은 안다』(백사의 결별)는 전쟁중 외로운 섬에서 일본군을 피해 생활해야했던 병사와 수녀가 욕망을 극복하며 성직의 가치를 끝끝내 지키고, 또 지켜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비구니』 시비의 결말은 지금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작품은 언제 누구에게나 부끄럽지 않은 진지한 정신자세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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