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자 노성일씨 "줄기세포 없다는 사실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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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2005년 미국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의 공동저자인 노성일(사진)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노 이사장은 15일 "오늘 황우석 교수의 요청으로 병문안을 갔다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까지 굳건히 믿었던 복제된 배아줄기세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논문 사진이나 증빙 자료는 황우석 교수와 강성근 교수의 지시에 따라서 김선종 연구원이 최선을 다해 만들어줬고, 논문 저술은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가 한 것으로 황 교수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대 의대 황 교수 병실에서 황 교수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가 "나도 몰랐다. 참담한 심경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이사장은 "주 책임자인 황우석 교수가 이번 사태의 논란을 종식시킬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어 그분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뜻밖에 이때까지 알던 사실과 다른 말을 계속하는 걸 보고, 국민이 더 이상 이 고통과 의혹, 낭비와 고뇌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중대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안 교수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줄기세포가 (논문에 발표된 대로) 11개가 아닌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팀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안규리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배아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신했지만 지금은 몇 개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MBC는 "안규리 교수가 '지난해 개 사육장에서 날아온 곰팡이로 배아줄기세포 상당수가 훼손됐으며 직접 되살리려고 시도했으나 복원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 교수는 "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신했지만 훼손됐거나 바뀐 것이 많았고 사진을 부풀려 찍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우석 교수팀이 배양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배아줄기세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팀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고, 안규리 교수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오늘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구성을 추진 중인 줄기세포 조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그러나 연구팀의 이병천 교수는 현재 냉동 보관 중인 줄기세포를 꺼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원 작업이 끝나려면 통상 2, 3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복원 작업은 끝나지 않았고, 냉동 보관 중인 또 다른 줄기세포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병원에 입원 중인 황 교수는 노 이사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2004년 논문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의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ACT(Advanced Cell Technology) 대표 마이크 웨스트 박사의 말을 인용,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의 DNA 지문 분석 결과에 나타난 몇몇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피크)이 특이하게 기울어 있다"며 "이런 불규칙성은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MBC는 이날 오후 10시5분 '특집-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 편을 전격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MBC는 최초 제보자와의 인터뷰 등 그간의 취재 경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편 사이언스는 15일 오전(현지시간) 현재까지 황 교수 측으로부터 논문 철회 요청을 받지 못했으며, 줄기세포가 없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황 교수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핀홀스터 대변인은 "현재까지 한국 언론의 보도를 확인할 수 없으며 사이언스 편집진은 황 박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언론 보도들은 황 박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온 정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까지와 같이 언론 보도에 근거한 성급한 논평을 피하는 데 크게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1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노 이사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황 교수 팀도 노 이사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16일 밝힐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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