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 새해 액운 쫓고 희망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오원 장승업(1843~97)이 남긴 ‘두 마리의 털복술 강아지’. 영원을 비유하는 바위에 꽃과 나무를 곁들여 좋은 자연 속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김두량 작품으로 전하는 ‘긁는 개’.

2005년 닭띠해가 저물고 2006년 개띠해가 다가온다. 개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11번째 지킴이로 사람과 가장 가깝고 사랑받는 동반자다. 개를 빗댄 속담이 많은 것도 그만큼 생활 속에 함께하기 때문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있는가 하면,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는 비유도 있다. 성질이 못된 사람이나 함부로 몸을 굴리는 이를 부를 때도 어김없이 개가 동원된다. '개도 닷새가 되면 주인을 안다'고 추었다가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깎아내린다. 개처럼 좋고 나쁜 평가를 한 몸에 받는 동물도 드물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이 21일부터 막을 올리는 '우리의 오랜 친구, 개'는 병술년 개띠해를 맞아 마련한 특별전이다. 전통 유물 속에 나타난 개의 여러 가지 모습을 살펴 사람 곁에 오래 살아온 개의 상징과 의미를 되새긴다.

개는 우리 조상에게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지켜주는 동물이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개가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무덤 둘레를 장식하거나 무덤 안에 껴묻거리(부장품)로 쓰였다. 나쁜 액을 막기 위해 집의 대문이나 광 문에 붙이는 문배도(門排圖)에도 개가 단골로 등장한다. 작게 접을 수 있는 종이에 그린 개는 몸의 안전을 위한 부적으로 가지고 다녔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개는 보통 나무와 함께였다. 도둑맞지 않게 집을 잘 지키라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이원복 국립광주박물관장은 "십이지에서 개를 칭하는 술(戌)은 지킬 수(戍)와 모양이 비슷한데다 나무를 부르는 수(樹)가 지킨다는 수(守)와 음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심전 안중식(1861~1919)이 1907년에 그린 ‘오동나무 아래 달을 보고 짖는 개’. 개가 달을 보며 짖는 풍경은 평화롭고 풍요한 삶을 상징한다.

우리 옛 그림에서 개는 고구려 무덤벽화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 황해도 안악 3호분에는 각종 고기가 걸려있는 부엌 옆 창고를 지키는 한 쌍의 개가 그려져 있다. 한국미술사에서 개를 잘 그린 화가로는 조선 전기에 활동한 이암(1507~68)을 꼽는다. 어미 개 품에 안긴 강아지를 품위있게 담은 '모견도(母犬圖)'는 명작으로 꼽힌다. 몸을 긁는 개 묘사로 이름난 이경윤(1545~1611)이나 삽살개를 실물처럼 그린 김두량(1697~1763)은 동물화의 대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새해 새 희망을 개와 함께 하자는 뜻에서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20일 오후 2시 전통문화배움터에서는 '개와 한국민속'을 주제로 학술강연회가 열린다. '한국 개 기르기' '충복(忠僕)과 비천(卑賤)의 개' '한국 개의 세계화를 위하여'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전시 기간 중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초등학생을 위한 '개 세화 그리기' '개 모양 토우 만들기' 등 전시와 연결한 체험교육을 한다. 2006년 2월 27일까지. 02-3704-3133.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