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로 관민합동개발이 바람직|『첨단산업으로 가는 길』 연재를 마치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회=그 동안 6회에 걸쳐 첨단산업에 대한 특집시리즈를 했습니다만 오늘은 정부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직접 담당하시는 분과 경제계에서 첨단산업을 직접 하시는 분을 모시고 우리첨단산업의 수준과 진로, 또 애로점, 앞으로의 청사진 등을 들어보겠습니다.
한마디로 첨단산업이라고 하지만 거기엔 반도체·유전공학·신소재·광통신·에너지·해양과학·우주공학 등 그 분야가 광범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제한된 자원으론 그것을 모두 다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앞으로 어느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최 국장=정부로서는 컴퓨터와 반도체·기계자동화·정밀화학 등 파급효과가 크고 전망이 확실한 분야에 비중을 두어왔고 이밖에 에너지·시스팀산업·신소재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반도체와 컴퓨터 분야가 가장 우선 순위가 높겠지요.
▲강 사장=최근 기술개발은 기업간의 경쟁에서 국가간의 경쟁으로 바꿔는 양상입니다. 기술혁신의 속도나 방대한 투자규모 때문에 기업단위의 경쟁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본은 물론 구미에서도 정부가 우선 순위를 조정, 순차적으로 추진해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조선·제철분야를 줄이면서 컴퓨터·반도체를 축으로 한 전자·정보산업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은 예지요.
우리 나라도 우리적성에 맞는 과제를 선정, 국책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방향은 같지만 업종이나 규모·연도별로 스케줄을 정해 산업체계를 재편하는 구체적인 정책면에서 아직 미흡한 것 같습니다.
▲최 국장=일부에서는 우리의 기술정책이 백화점 식으로 모든 첨단기술을 망라해서 결국 어느 하나 앞설 수 없이 되지 않나 하고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만 당국에서는 기술의 난이도며 위험성·파급효과 등 타당성을 검토해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총력을 기울여 밀고 나갈 구체적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대외적인 관계도 있고 하여 아직 곤란합니다만….
▲사회=첨단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가 동감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실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데해선 다소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 국장=첨단기술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크게 4가지의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첨단기술과 생산현장기술을 대립적, 또는 선택적인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아직 기존기술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터에 첨단기술 운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합니다만 이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CAD/CAM(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및 제조) 기술은 그 자체가 첨단기술이지만 이를 자동차·선박·건설 등 기존산업의 생산 현장에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기존산업 속에서 첨단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둘째는 첨단기술에도 경쟁원리가 적용돼야한다는 논리가 있습니다만 첨단산업에 관한 한 경쟁보다는 상호보완·협조가 더 중요합니다. 미국조차도 VHIS의 개발을 미 국방성이 6개 반도체회사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째는 민간기업이 개발을 주도해야한다는 시각입니다만 첨단기술은 개발에 따른 위험성이 크고 투자의 회임 기간이 길어 민간기업 단독으로는 선뜻 나설 수 없는 분야가 많습니다. 결국 첨단기술은 관·민 합동으로, 때에 따라서는 정부주도로개발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은 대기업만 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물론 반도체 등 자본집약도가 크고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되는 분야는 대기업이 주가 되어야겠습니다만 지식집약도가 큰 산업들, 예를 들어 유전공학이나 소프트웨어 부문은 중소기업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일본의 경우 전전공사의 개발성과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이전 받는다거나 또는 산업기술연구조합 등이 활발히 결성돼 연구개발을 공동 투자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강 사장=최근 들어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전자업계를 예를 들 때 8비트 컴퓨터나 VTR부품용 IC등은 업계의 공동개발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가속되리라 생각됩니다.
▲사회=외국에선 첨단기술이나 큰 사업을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강 사장=일본의 경우 첨단기술개발은 정부와 민간이 50대 50 비율로 투자하는 것이 기본정책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한 연구실에 모여 공동개발을 하는 형태는 아니고 기업의 기밀이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공통애로사항에 대한 기술을 공유하는 형식입니다. 우리도 이 같은 방식의 공동연구가 필요합니다.
▲최 국장=앞으로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와 민간간의 공동개발이 활발히 추진될 것입니다. 이번 삼성반도체에서 64-KD램을 개발했습니다만 앞으로 미·일과 경쟁을 하려면 256-KD램이나 1메가비트 짜리를 개발해야할 것입니다. 그것을 민간기업에 맡겨 놓을 수만은 없으므로 관·민이 비용을 분담하여 공동 개발하는 방도를 찾아야겠지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정부로서는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우리 나라 기업의 경우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70년대 후반 웬만한 기업이면 모두 중동건설에 진출했듯이 요즘은 반도체산업에 이런 현상이 있어 앞으로 중복투자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강 사장=반도체투자 중복문제는 걱정할 관계 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철·조선처럼 경제규모를 갖추기 위해 일시에 거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시장성 등을 감안, 한 라인 한 라인씩 세우는 것이니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 국장=반도체의 경우 시장이 워낙 방대해서 현재로서는 교통정리의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만 첨단기술분야에서의 과당경쟁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위해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입니다. 기술진흥심의회를 두고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문제를 조정하자는 것입니다.
▲사회=기술개발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국영기업을 포함한 정부부문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 국장=일본의 전전공사가 일본 반도체·통신기술 혁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처럼 이들 국영기업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도 예를 들어 전기통신공사가 전자·통신을, 한전이 대체에너지를, 농진공·전매청이 생명공학, 포철이 신소재 개발을 맡는 등 관련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유도, 활성화시켜 나가야합니다.
▲강 사장=제3의 물결로 일컬어지는 정보화시대로의 이행과정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우리가 2000년대에 강대국으로 올라서느냐 못하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최 국장=과거 수출입국정책을 처음 시작할 때 한 달에 한번씩 대통령 주재아래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열었던 것처럼 요즘은 과학입국을 위해 과학기술 진흥회의를 열어 총력지원태세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사회=최우석 경제부장·정리 박태욱 기자><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