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약점 족집게 강의, 박수 받은 '세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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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

지난 21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우라와 레즈(일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벌어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정원 수원 감독이 일어서자 큰 박수가 나왔다. 일본 축구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짚고 해결책까지 제시한 서 감독에 대해 일본 기자들이 보내는 존경의 표현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화두는 ‘일본 축구는 왜 한국을 넘지 못하는가’였다. 수원이 우라와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자 일본 기자들이 같은 주제의 질문을 잇따라 쏟아냈다.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 팀들은 수원을 포함한 K리그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1승(1무4패)에 그치고 있다.

 서 감독은 “J리그 선수들이 세계축구 흐름에 따라가려면 기술 이외에 스피드를 갖추고 몸싸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대축구에서 경기 결과의 50%는 측면패스의 처리 능력과 세컨드 볼(흘러나온 볼) 싸움에 달려 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기려는 의지의 차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추가 질문을 하자 서 감독은 “유럽 무대에서 직접 뛰어보고 내린 결론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수원을 맡은 이후 ‘후반에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패스를 잘 하면 흐름을 지배할 수 있지만, 세컨드 볼 싸움과 태클, 체력에서 앞서면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현역 시절 프랑스·오스트리아 리그에 몸담아 유럽축구를 직접 경험했다. 지도자로 거듭난 이후에도 매년 겨울 유럽에 건너가 최신 전술 흐름을 익힌다. K리그 무대에서 ‘세오(서 감독의 애칭) 교수님’이라 불릴 정도로 지식이 해박하다.

 재일동포 축구 칼럼니스트 하종기씨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로 탈락한 이후 일본 축구계에 ‘몸싸움 없는 축구에는 희망도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서 감독이 일본 축구 고민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신문에는 ‘자신들의 축구’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팀과 만나도 일정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일본 축구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팀 컬러가 뚜렷하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브라질 월드컵 이후에는 ‘터프한 플레이를 못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졌다.

 서 감독은 “스피드와 몸싸움은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가 부족한 부분”이라면서 “아시아 축구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따끔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족한 부분을 고치려는 일본 축구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축구도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타마=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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