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인재, 키우고 있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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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권선주
기업은행장

한국은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정부나 기업 모두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육성과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세계 인재 보고서(World Talent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관리 수준은 평가 대상 60개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인재란 조직 내에서 성과가 크거나 잠재력이 큰 직원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한 명의 탁월한 인재는 수천, 수만 명을 먹여 살리기도 한다. 세계적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는 1990년대 말에 이미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또한 2010년에 맥킨지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인재는 업종에 관계 없이 기업의 성과에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직원과 인재의 생산성을 비교해 보면, 하이테크 분야는 1.85배, 투자은행은 2.25배의 차이가 나며, 패스트푸드점과 같이 단순한 분야에서도 1.5배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은행업 역시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업은 단순한 금융중개서비스를 넘어서 자산관리와 컨설팅 등 종합금융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다. 반면에 핀테크(Fintech)의 출현 등으로 예금과 대출, 송금 등 전통적인 은행서비스 마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같은 비금융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렇게 은행업의 본질과 경계의 변화로 인해 무한 경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은행업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각 산업마다 원인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고, 산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융합이 일상화 되는 등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무한 경쟁과 급변의 시대에 통찰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따라서 인재 영입을 위한 경쟁은 기업 간, 국가 간으로 확대되고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인재를 유인하고 개발하고 보유하는 능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과거에는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과 같이 한 분야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 즉 I자형 인재가 각광을 받아왔고,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한 분야에 전문적인 능력과 함께 다른 분야에도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가 요구돼 왔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의 시대에는 과거와 달리 두세 가지 분야에서 능력을 지닌 통섭형 인재가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본에 충실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역량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고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우고 관리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가장 먼저 인력을 줄이고 교육비를 삭감한다. 하지만 위기를 넘긴다 하더라도 인재를 잃어버린다면 그 기업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기가 부진할수록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질 수 있다. 또한 호황기보다 어려운 시기에 인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며 인재의 옥석도 분명하게 가려진다. 지금은 내부 인재 양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투자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인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기간의 체계적인 양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정부도 지금까지의 인적자원 육성을 넘어서 인재를 양성하고 이런 인재가 일부 대기업만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한다. 인재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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