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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5)|제80화 한일회담-김-오오히라 메모탄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회담은 마침내 마지막 고비에 다다르고 있었다.
김부장은 △무상3억달러△대외협력기금(ODA)2억달러△민간산업차관 1억달러+ α의 카드를 마지노선으로 밀고 나갔다.여기서 더이상 물러서야 된다면 협상은 그것으로 끝장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3·2·1」의 6억달러라는 숫자는 박의장과 김부장간에 맺어진 배수진이었다.
당초 「9억달러를 제시하되 최종적으로 6억달러선까지만 물러선다」 는 것이 박의장과 김부장사이의 다짐이었다.
김부장은 건곤일정의 마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 말씀드린 규모를 외상께서 받아들인다해도 우리 국민들은 날뎌러 매국노 아니면 역적소리를 하기 심상이오.하지만 나는 이미 혁명을 할때 한번 죽은 몸이라는 심정으로 이번 일에 부딪치고있소.한일문제가 타결돼서 양국장래에 진실로 새 장이 열릴수만 있다면 나는 돌아가서 우리국민들의 지탄을 감수할 생각이오』
「오오히라」 외상은 그렇게 말하는 김부강의 얼굴읕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두사람의 시선이 한순간 마주쳤다.그러고도 두사람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오오히라」외상은 엉뚱한 질문 한마디를 던졌다.
▲ 「오오히라」 =김선생.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아떻게되시오.
▲김=이제 서른일곱입니다.▲ 「오오히라」 =당신의 얘기를 듣고있자니 여지껏 헛세상을 산것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드는구료.좋소이다.내 당신의 제안을 받으리다.하지만 조건이 있소.우리 일본은 아직 그런 거액을 한꺼번에 낼 힘이 없소이다.몇년동안에 분할해서 지불한다면 몰라도.그러니 귀국도 그런 우리 임장을 이해해주면 좋겠소.
▲김=좋습니다. 외상과 저는 청구권규모만 결정한 것으로 하고 나머지 절차는 귀측의 입장을 감안해서 대표들끼리 충분히 토론해 매듭짓도록 하십시다.
오늘 이 합의는 우리가 각자 박의장과 수상께 보고해서 확인을 받도록 하고 우선 합의사항을 메모로 만들도록 하지요.
▲「오오히라」 =그렇게합사다.두사람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실무자들을 불러 메모지를 가져오도록 했다. 그런다음 지금까지의 합의사항읕 기록했다.
『한국의 김종필특사와 일본의「오오히라」 외상은 한국이 주장하는 청구권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양국 원수의 승인을 거쳐 양국대표들이 공식회담의 결과로 결정토록한다.이와 관련,일본은 미달러화로△무상3억달러△유상 (대외협력기금) 2억달러△민간차관1억달러+α를지불한다.
두사람은 기록한 메모를 한 장씩 나누어 가진뒤 말없이 악수를 나누었다. 김-「오오히라」 메모가 탄생된 순간이었다.
두사람이 마주앉은뒤로 3시간쯤 흘렀을까. 밖에는 벌써 어둠이 드리워져있었다.
「오오히라」 외상은 무언가 미진한게 남은양 꾸물거렸다. 그러더니 느릿느릿말문을 열었다.
▲ 「오오히라」- 한가지 얘기할게 있소이다. 여기 「청구권」 이라고 했는데 우리 국회와 국민들이 이렇게하면 잘 이해를 안하려고 할거요.어떻게 달리 표현할 방법은 없을까요.
▲김부장=어떻게 하자는거요.우리도 우리 국민감정이 있다는 걸 잘 아시지 않소.
▲ 「오오히라」 = 「경제협력」 으로 했으면 어떻겠소.
김부장은 한참을 망설였다.그러다가 마침내 결심을 했다.
『이렇게 합시다.우리는 우리대로 입장이 있으니 「청구권」 이라고 하겠소. 그대신 귀국은「경제협력」 이란 표현을 쓰려면 쓰시오.「경제협력」 이라는 표현에 합의했다는 얘기는 하지맙시다』 <계속><김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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