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술혁신만이 살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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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첨단기술 및 첨단산업의 눈부신 개발로 인해 세계는 크게 변하고있으며 이것이 앞으로의 경제발전 및 국부를 좌우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이해와 적응없인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영원한 후진국이 되기 쉽다. 그러면 첨단기술이나 첨단산업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왜 이것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되며 이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가. 세계적인 흐름은 어떠하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세계적 조류와 비교할 때 한국은 어떤 위치에 와있으며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본사 내외 취재망을 동원, 종합 취재하여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온 세계가 기술혁신의 물결 속에 휩싸여있다.
앞선 나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뒤쳐진 나라는 한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온힘과 지혜를 기울여 뛰고있다.
기술혁신에서의 성패가 곧 그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술전쟁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선진제국을 중심으로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메커트로닉스·유전공학·신소재 등 첨단산업의 개발경쟁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선진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만 갈 것이고 기술·경제의 예속화는 더욱 급속히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보다 앞선 기술을 갖는 것은 그 나라의 국부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젠 석유나 가스·동·철보다 지적이고 조직적인 기술이 국부의 원천이 되고있는 것이다.
같은 원재료로 같은 크기의 물건을 만들었다 해도 그 과정에 얼마나 높은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됐느냐에 따라 지니는 가치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쉬운 예가 1t의 무게를 갖는 공업생산품의 가격비교다.
철강은 1t이 약 20만원의 가치를 갖지만 자동차는 5백만원으로 성큼 올라선다.
그러나 컴퓨터는 3억원, 반도체는 13억원, 이것이 컴퓨터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에 이르면 무려 8조원, 같은 무게의 철강의 2천만배에 달한다.
철강·섬유 등 전통산업이 아직도 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현시점에서 이 같은 단순비교는 과장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첨단이 내일의 첨단은 아니다.
반도체를 축으로 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메커트로닉스, 컴퓨터와 통신을 한데 묶은 정보산업, 유전공학을 핵으로 하는 생물공업, 파인시러믹스로 대표되는 신소재 등 오늘날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첨단산업은 서기2000년까지 광범위하게 산업·제품화되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전세계 산업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으로의 위치를 구축할 것이다.
늦은 출발은 불과 10여년 후의 방대한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첨단기술이 갖는 의미는 더욱 절박하다.
원자재를 대부분 외국에서 사들여 와야하는 우리로선 수입한 물건에 보다 많은 가치를 덧붙여 비싸게 수출하는 길 외에는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다.
좁은 국토, 과밀한 인구, 빈약한 자원이라는 주어진 여건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갈 훈련된 인력을 최대한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첨단상품엔 보호장벽도 없다.
70년대 우리나라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해외자본을 들여와 공업화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고도성장의 길을 치닫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저임금으로 뒷받침되던 값싼 제품의 양산은 후발 개도국인 중공·인도·파키스탄 등에 비교우위를 상실했고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정책에 따른 추출의 급속한 팽창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장벽에 부딪쳐 휘청거리고 있다.
외국에서 시설과 기술을 도입해 만들면 팔리던 시대의 단꿈은 이제 옛말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 없이는 뒤에서 쫓기고 앞에서 막혀 우리가 설 땅이 없어진다.
70년대 이후 세계경기의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기술개발에 새롭게 눈을 떴다하나 아직 미흡하다.
특히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눈부신 첨단기술 및 첨단산업의 확산과 비교할 때 너무나 한심한 지경이다.
첨단기술을 통한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은 산업전반에 걸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가속적으로 세계무역에서의 비중을 늘려갈 것이며 기술의 유무에 따라 나라간의 빈부 차는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첨단기술을 개발한다고 해서 모든 첨단기술에서 선진국과 맞닥뜨릴 수는 물론 없는 일이다. 한정된 투자재원과 두뇌자원을 꼭 필요한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입해야함은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연구개발에 들이는 돈은 절대규모는 차지하고라도 GNP에 대한 비중면에서도 선진국 수준을 크게 밑돌고있다. 82년 우리의 연구개발비는 4천5백76억원으로 GNP의 0.95%. 미국 IBM 1개사의 연간연구비 20억 달러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86년까지 GNP의 2%선으로 끌어올린다 해도 절대규모가 작기는 마찬가지다. 82년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인력은 총4만6천3백90명이다. 미 뒤퐁사의 연구진만도 10만명을 헤아리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제2의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일본의 기술개발이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아래 기업간의 연구조합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개별기업의 힘으로는 승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것은 더욱 한정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인력과 투자재원상의 제약을 극복키위해서는 각개약진보다 협력과 상호보완을 통한 가용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절실하다.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산업계와 대학 등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서로 연결해 유기적인 협동체제가 이룩돼야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민간업계의 분담체계를 명확히 해 정부는 민간산업계가 첨단기술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고급인력의 양성기반을 쌓으며 파급효과가 큰 공통·핵심기술의 개발에 주력하고 그 결과를 업계에 이전 활용시킬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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