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황우석교수] 해외선 어떻게 조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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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당시 미국 벨 연구소의 얀 헨드릭 쇤 박사 건과 현재 조사 중인 일본 도쿄대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 건을 통해 황우석 교수 사건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미리 추정해 볼 수 있다.

쇤 박사는 '나노 트랜지스터' 개발로, 다이라 교수는 '암세포 전이 막는 유전자' 연구로 노벨상 수상 0순위로 꼽혔던 과학자들이다.

쇤 박사의 연구 성과가 진위 논란에 휩싸이자 벨연구소는 스탠퍼드대 맬컴 비즐리 교수를 단장으로 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벨 연구소 역시 쇤 박사 사건이 있을 때까지 그런 조사 규정이 없었다.

조사위원회는 24개 항목의 의혹에 대해 쇤 박사의 해명을 요청했다. 일종의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그런 뒤 의혹과 해명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 자료의 제출을 요청했다. 조사위원들이 직접 연구실의 컴퓨터, 연구 노트, 시료 등을 조사했다. 컴퓨터에는 연구 과정에서 얻은 가공하지 않은 원시자료가 있는지, 있다면 논문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등도 당연히 조사했다.

조사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수시로 쇤 박사의 해명을 들었다. '연구 성과는 가짜'로 판명됐고, 쇤 박사는 해고됐다.

비즐리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마무리해 2001년 9월 15일 최종 조사 보고서를 벨연구소에 제출했다. 벨연구소는 '비즐리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다이라 교수 건은 현재 3개 기관이 각각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 중이다. 다이라 교수가 소속된 도쿄대, 다이라 교수가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는 산업기술총합연구소, 두 편의 논문 공동저자 중 한 명이 근무하는 이화학연구소(리켄=일본 굴지의 연구기관) 가 맡고 있다. 도쿄대는 일본RNA학회로부터 올 4월 다이라 교수 논문의 진위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대학 차원의 예비 조사를 했다.

쇤 박사 건처럼 논문의 원시데이터, 연구 노트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올 9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12월 말까지 재실험을 하라'고 명령했다. 산업기술총합연구소와 리켄은 도쿄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 역시 예비조사를 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소는 과학적 부정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과학적 부정행위 조사 규정'을 보면 예비 조사→청문회→본 조사 여부 결정(의혹 해소 안 될 경우 조사)→본 조사→청문회→부정이 있을 경우 징계 순으로 진행된다.

특별취재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성식.김정수.박성우.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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