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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공원을 만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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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아파트야, 공원이야?' 요즘 새 아파트 단지들은 공원을 방불케 한다. 아파트에 실개천이 흐르고,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이 뿜어져 나오며 산책로에서는 사계절 꽃길이 입주자를 반긴다.

친환경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입주자는 도심속에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아파트 시세도 높게 형성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건설회사들도 이 점을 살려 차별화된 설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달 말 입주하는 경기도 용인시 LG상현자이는 분수대.조각공원.산책로 등을 단지 곳곳에 마련했다. 특히 단차(段差)를 이용해서 만든 중앙공원의 분수대는 색다른 포인트다.

LG건설 관계자는 "1백48%의 낮은 용적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숲속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며 "용인시내 아파트 공급물량이 많지만 현재 34평형에는 3천만~6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1년 2월 입주한 용인 수지LG빌리지에서도 30년생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하고, 약수터와 수직분수 등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28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 4차 대림 e-편한세상은 단지안에 생태연못이 있다. 종전처럼 수질 개선을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시골 하천처럼 자갈.수생식물.물풀 등을 조성하고, 버들치 등 1급수 어종이 살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물을 유지해 어린이 물놀이나 자연학습공간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녹지공간이 풍부해 분양가가 2억9백만원이던 이 아파트 34평형은 지금 3억6천만~4억2천만원으로 일대 아파트 가운데 최고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114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용적률이 2백50%로 주변 아파트보다 낮고, 구로구에서 이처럼 조경이 잘 된 곳이 없어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귀해 거래를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은 아파트를 한바퀴 도는 산책로를 꾸미고 시원함을 주는 중앙 분수대, 연못, 외벽 조명 등을 설치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는 대한민국 디자인 경영대상의 대상을 받기도 했다.

동일토건은 '지상에 차가 없는 아파트'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주차장을 지하에 넣는 대신 단지를 모두 조경으로 꾸민다. 2001년 9월과 2002년 8월에 각각 입주한 용인 구성 동일하이빌 1,2차는 나무가 우거지고, 실개천이 있어 전원에 온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동일하이빌 1차 35평형은 현재 시세가 2억2천만~2억5천만원선이지만 인근에 3년 먼저 입주한 D아파트 32평형은 1억4천만~1억6천만원으로 시세 차이가 크다.

에덴공인중개사무소 이정희 사장은 "용인 구성지구가 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분당 등에서 큰 평수로 입주하려는 사람들은 조경이 잘 돼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용인 구성읍 보정리 대림e편한세상 2백32가구나 금호베스트빌 1백44가구 등도 소규모 단지지만 용적률이 낮고, 빌라형으로 지어져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올 2월 입주한 부천 상동지구 쌍용스윗닷홈은 택지지구 안에서 유일하게 지상에 차가 없는 단지다. 데크형 주차장을 설치해 단지내 테마공원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행사마당.분수나 폭포가 있는 수경공원.산책로 등이 조성돼 특히 인기가 높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말한다.

전문가들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일수록 조경이 뛰어난 아파트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외부 조경은 단지별 차이가 한 눈에 식별되는 만큼 각 회사마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며 "앞으로 친환경과 건강주택이 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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