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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부활절 미사 현장을 가다|특별 미사하며 한국말로 "축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이제 더이상 진실이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예외가있다. 그것은 가톨릭이다. 1978년10월16일 성베드로 광장을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 직후 새로 선출된 플란드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하느님께서는 로마의 주교를 멀리서 불러들이셨다』고 했다. 그때베드로 광장의 군중들은 가톨릭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제 바로 그 교황이 며칠 후 동방의 외딴 나라한국을 찾아간다.
다시 한번 가톨릭의 모든길이 로마에서 연유함을 실감케한다.
로마 베드로광장의 22일상오10시. 올해 교황청 최대행사중의 하나인 부활절특별미사가 베풀어켰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집전으로 열리는 부활절미사 참석을 위해 세계 각곳에서 로마에로의 길을 따라 모여든 15만 인파는 이 광장을 빽빽이 메웠다.「헨델」 의『메시아』 장엄한 성가가 울려퍼진 가운데 교황이 모습을 나타내자 광장은 잠시 대형분수대도 물뿜기를 멈춘채 갖가지 플래카드와 깃발, 풍선이 덩실거리며 열광적인 박수가 파도쳤다.
올해는 특히 「요한·바오로」2세가 교황이 되면서 선포한 특별성년의 뜻깊은 부활절. 교황은 이날 한국어로『축부활』 을 연발하면서 11명의 한국인을 특별 영세했다. 이번 부활절 휴가기간중 로마를 찾은 인파는 3백만명.
베드로광장을 둘러싼 2백84개 타원형 회랑의 우람한 대리석기둥은 바로 바티칸의 단단함을 상징하는 듯했다.
바티칸의 이 단단함은 아마도 멀리 카타콤베로부터 연유할지도모른다는 생각이들었다.
카타콤베는 초기기독교시대에 만들어진 지하묘소교회-.
로마황제들의 박해를 피해 지하의 신자들이 묘를 이용, 집회와 의식을 가졌던 곳이다.
또 이곳은 순교자들이 묻힌 묘소이기도해 지금도 순례자들이 그치지 않는다.
옛 아피아가도에 있는 성카리스토카타콤베는지하5층 구조로 굴의 길이만도 20여km이며 매장자는 10만명에달한다.
당시 사용했던 등잔들이 곳곳에 모아져 있기도하다.
카타콤베의 현장을 바라보면 선교초기 1만명의 순교자를 냈던 한국천주교회의 박해사와 로마가톨릭의 우연찮은 인연을 느끼게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같은 인연과 함께 한국인의 정을 끈다. 그것은 그가 공산국인 폴란드 출신 교황이라는 점에서다.
『나는 인류를 위해 기도하고 있지만 한국인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교황의 부단하면서도 특별한 관심은 바로 그의 조국 폴란드의 역사걱 비극성에서 연유하는지도 모른다. 2차대전을 가장 쓰라리게 겪였던 나라인 폴란드는 한국, 특히 북과 역사적으로 유사한 역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요한·바오로」2세는 전국민의 3분의1이 무참하게 죽어간 2차대전의 비극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성장기를 보냈다. 특히 나치수용소 아우스비츠를 지척에 두고 살았다. 그가 아직도 2차대전이 낳은 비극의 연장선상에서 살고있는 한국인의 「분단의 고통」 에 뜨거운 연민을느낄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론 방한을 앞둔 교황 「바오로」 2세에 대한 「허상」 을 씻어야할것이란 의견들도 없지않다.
성직의 사목권은 세속적권력이 아니므로 교황이란 명칭 자체부터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성직을 실체 이상으로 과장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영어로 교황을 뜻하는 원어는 [Papa]. 즉 영신적 아버지를의미하는데 우리는 천황제의 일본에서 번역한 말을 아직도 맹종하고 있다는것이다.
어느 신부는 로마의 주교는 교회라는 제국의 황제가 아닌만큼 교회적 제국주의 인상을 주는 「교황」 보다는 천주교전래 초기 중국· 한국에서 사용했던 「교종」 이라는말이실상에 가까울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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