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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손 놓고 있던 교육부 뒤늦게 으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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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개방형 이사제로 인해 사학들은 건학이념의 실천과 학교 경영의 자율성이 현저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개정 사학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 소원을 제기하고 휴교와 학생 모집 중지와 신입생 배정 거부는 물론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종교계에서는 사학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권 퇴진까지 거론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사학법인 단체들이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와 청원서 제출을 통해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사학의 주장을 법안에 반영하거나 의견을 차이를 중재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학의 실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부서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 의원인 교육부총리가 교육의 장래와 사학의 사기보다는 정치적 입지를 먼저 생각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나 몰라라 하던 교육부는 사학들이 집단적인 위법 행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정 사학법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사학과 교육 당국의 대립이 학생의 학습권과 수업권 침해로 이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 교육부는 개정안 시행령에 반드시 사학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개방형 이사제를 주창한 전교조 등 교육운동권이 대거 사학의 지배구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리 척결을 위한 개방형 이사의 선임도 좋지만 이들이 경영권.인사권까지 장악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