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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원 벚꽃놀이 60년만에 없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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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마다 서울의 봄을 장식하던 창경원의 벚꽃이 올봄을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사라진다. 창경궁 복원계획에 따라 동물원이 남서울대공원으로 이전한데 이어 식물원 조성과 함께 심어졌던 1천1백여그루의 벚꽃나무도 오는 5월중 경기도남양주군 동구릉 경내로 옮겨심기로 결정됐다.

<일제가 전통미 없애려 심은 것>
서울에서의 마지막 봄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경원의 벚꽃들은 올해도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려 이번주부터가 만개의 절정.
문화재관리국이 창경원의 벚꽃나무를 옮기기로 결정한 것은 창경원을 원래의 창경궁으로복원·정화한다는 방침때문.
일제이후 만들어진 동물원·식물원·박물관등 시설과 함께 정원수등도 원래모습으로 되바꾼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따라 창경원 경내에 심어진 1천1백39그루의 벚꽃나무 가운데 동산이나 언덕배기에 다른 나무들과 섞여 자연스럽게 심어진 1백여그루를 뺀 1천여그루를 5월부터 모두 옮겨심기로 했다.
이들 창경원 벚꽃나무중 가장 오래된것은 수령이 75년이나돼 옮겨심는데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옮겨심자면 부득이 가지를 쳐야하나 벚꽃나무는 가지를치면 썩어들어가는 특성이 있는데다 잎·가지를 치게되면 나무모습도 다소 망가지게 된다.
창경원에 벚꽃나무가 심어진것은 75년전인 1909년. 일제가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궁궐이던 창경궁안에 동물원·식물원을 꾸미고 산책로등엔 자기네 국화인 벚꽃나무를 심어 조경 한뒤 이름도 창경원으로 바꾸어 버렸다. 고궁읕 유원지로 바꾼데는 한국의 전통을 깔아뭉개려는 저의가 숨어있었던것.
그러나 침략자들의 의도야 어찌됐든 창경원의 벚꽃은 서울의 봄경치로 자리잡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왔고 1924년부터는 밤벚꽃놀이가 시작돼 서민들의 봄축제가 되어왔다.
밤벚꽃놀이는 6·25직후 (1950∼1957년) 8년간 중단된것을 빼고 지난해까지 계속됐다. 연간 창경원 입장객3백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백30여만명이 이기간에 입장하곤했다. 가장 많이 관람객이 몰린 해는 1968년의 밤벚꽃놀이로 한달간 1백50만명을 기록했고 하루 최고 25만명이 입장, 6백30명이나 미아가 발생하기도 했다.
10여년 넘게 벚꽃나무롤 지켜온 식물과장 곽동순싸(56)는『벚꽃에서 일제의 잔재를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동안 시민들이 너무나 사랑해주었기 때문에 창경원에서 벚꽃나무를 옮기는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지만 원산지는 우리나라로 알려지고있다. 일본에는 단 한그루도없는 자생목이 제주도의 8백년생등 한국에서는 여러그루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었다.
벚꽃나무가 심어졌던 산책로에는 회나무·단풍등 우리고궁의 전통 조경수들이 다시 심어질 예정.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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