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져서 걱정, 32세 권혁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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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프로야구 한화의 왼손투수 권혁(32)이 마운드에 설 때마다 한화 팬들은 술렁인다. “이길 수 있다”는 기대와 “너무 많이 던진다”는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다.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권혁은 지난 17~18일 NC를 상대로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마무리 윤규진 대신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고 있다. 19일 현재 평균자책점이 5.17로 꽤 높지만 그가 한화 불펜의 핵심인 것은 틀림없다. 만년 꼴찌 한화가 공동 5위(8승8패)에 오르기까지 권혁이 2세이브 3홀드를 보탰다.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권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5할 승률을 만들기까지 큰 힘이 됐다”고 칭찬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던져 걱정이다. 권혁은 한화가 치른 16경기 중 11경기에 나와 15와3분의2이닝을 던졌다. 등판 경기는 NC 임정호(12경기 7과3분의1이닝) 다음으로 많고, 투구 이닝은 불펜 투수 중 가장 많다. 30개 이상을 던진 경기가 네 차례나 됐고, 누적 투구수는 250개나 된다.

 일부에서는 권혁이 혹사당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철저한 관리 아래 권혁의 등판이 이뤄지고 있다. 트레이너가 안 된다고 하는 날은 절대 권혁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은 “요즘 야구가 다시 재미있어졌다. 혹사 논란이 일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더 던지고 싶다”며 웃었다.

 한때 권혁은 국내 최고의 왼손 불펜요원이었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두자릿수 홀드를 달성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혔다. 하지만 2013년 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최강의 삼성 불펜진에서 그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지난 겨울 한화로 이적한 권혁은 “난 변한 게 없다. 내 어깨는 굉장히 싱싱하다. 불펜 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권혁의 과거를 지워버렸다. 투구폼을 처음부터 교정하기 시작했고,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새로 장착했다. 몸값(4년 32억원)이 꽤 비싼 투수이지만 권혁은 군말 없이 변화를 받아들였고, 예년과 다른 피칭을 하고 있다.

 ◆송신영 3200일만의 선발승=한편 넥센은 19일 광주경기에서 고종욱·윤석민·김하성의 홈런 포함 22안타를 몰아쳐 KIA를 15-4로 이겼다. 넥센의 베테랑 투수 송신영(38)은 6과3분의2이닝 동안 4안타 1실점만 내줘 지난 2006년 7월 15일 LG전 이후 3200일 만에 선발 승리투수가 됐다. 서울 잠실(두산-롯데), 대구(삼성-kt), 인천(SK-LG), 대전(한화-NC)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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