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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봄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특히 맛있는 절식으로 알려져있다.
떡이야 수확의 철인 가을에 종류가 다양하지만 봄의 떡은 묵은계절을 정리하고 새 계절을 맞아들이는 하나의 의식처럼 이루어지는 것으로 맛과 계절의 조화에 그 묘미가 있다.
봄을 먹는 진달래 화전을 비롯, 쑥송편·쏙굴리·느티떡·수리취떡등 봄을 알리는 꽃과 나물·나무의 새순등이 떡의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식생활풍속을 연구한 강인희교수 (명지대)는 봄의 떡을 크게 두종류로 나눈다.
밤·대추·은행·곶감등 묵은식품을 정리하는 두첩떡이나 밤단자·은행단자·삼색단자등을 첫째로 꼽고 그 다음 봄을 맛으로 받아들이는 진달래화전이나 느티떡·수리취떡·쑥떡등을 꼽는다.
봄의 꽃이나 새순을 떡의 소재로 쓰는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는 그 풍미를 중시하기 때문이며 또 햇곡식이 아닌 쌀이나 찹쌀에 새맛을 가미하기 위해서다.
예부터 삼월삼짇날(음력3월3일·기사안의 월은 모두 음력임)이 되면 화전놀이가 시작된다.기름과 찹쌀가루와 번철 또는 솥뚜껑을 들고 산이나 들로 나가 화전을 구워먹고 집안의 우환을 없애며 소원성취를 비는 산제를 올리는 것이 하나의 풍습으로 전해내려온다.
그러나 삼월삼짇날에 진달래가 피지 않을 경우가 있어 이때는 쑥이나 대추채·들미나리잎을 대신 썼다. 삼월 삼짇날 시작된 화전놀이는 진달래가 다질 무렵까지 계속되는데 이때는여성들도 시집살이를 잠시 벗어나 화전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화전은 봄에 진달래나 장미꽃을 주로 쓰고 가을에는 국화꽃을 쓴다. 진달래나 장미꽂은 먹을수 있는 것이어서 많이 넣어도 좋으나 국화꽃은 많이 넣으면 쓰기 때문에 꽃색깔만 내도록 하라고 옛 요리서에서 지적하고 있다.
3윌의 화전을 시작으로 4월에는 석가탄일을 기려 느티나무새순으로 느티떡을 만들며 5월단오에는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었다.
봄의 떡은 지방에 따라서도 특색을 달리한다.
황혜성교수(성균관대)의 향토음식 조사연구보고서에는 서울의 상치떡, 충청도의 볍씨쑥버무리와 햇보리개떡, 경상도의 쑥굴리등이 특색있는 봄의 떡으로 나와있다.
쑥을 잘쓰지 않는 지방은 황해도. 쑥대신 수리취를 많이 쓴다.
상치떡은 시루에 쌀가루 한켜를 놓고 그위에 상치를 훌훌뿌린후 팥고물 한켜를 얹어 찌는데 여러켜를 만들어 찌게된다. 날것으로만 먹던 상치가 쌀과 팥고물속에서 고소한별미를더해주는 채소로 변모한다.
이른봄 묘판에 뿌리고 남은 볍씨로 만드는 충청도의 볍씨쏙버무리는 쑥과 쌀가루를 버무려 쪄내는 것으로 봄이 온 것을 알리는 떡.
5윌에 접어들어 보리이삭이 막 여물때 보리를 파랗게 찧어 만드는 햇보리개떡은 향토색짙은 봄의 떡이다.
경상도의 쑥굴리는 쑥떡 가운데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찹쌀가루를 찐후 삶은 쑥을 넣어 잘쳐서 섞는다. 여기에 미리마련한 녹두소를 넣고 고물을 입힌후 조청에 찍어먹는다.
세계에서 떡이란 식품이 흔히 등장하는 곳은 중국과 한국·일본 세나라다. 중국의 경우 굽는것이 특징이고 일본은 쪄낸후 쳐서 만드는 모찌류가 주류를 이루나 한국의 경우 그 모든 조리법이 다 동원된 다양성이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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