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수석, 물류대란 이어 NEIS서도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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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큰 분규 때면 어김없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청와대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이다. 文수석은 2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핵심영역을 제외하는 등 전교조의 최종 협상안을 수용해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했다.

文수석은 "민주당과 정부가 마련한 안을 갖고 여러 채널로 전교조 설득이 이뤄졌다"며 "교육부,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과 함께 나도 한몫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文수석은 "전교조가 거의 설득된 상태에서 25일 저녁 다함께 만나 마지막 설득을 했었다"며 "당초 NEIS의 전면폐기 방침이었던 전교조를 설득해 교무.학사, 보건, 진학.입학 등 3개 영역을 재검토하기로 한 당정의 안에 전교조가 동의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文수석은 26일 아침 윤덕홍(尹德弘)교육부총리와 함께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찾아 합의결과를 보고했고 盧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文수석은 변호사 시절 전교조 부산지부 고문 변호사를 했고, 90년대 초반 초기 전교조 파동 때 부산.경남 지역에서 파면된 교사 30여명의 복직 판결을 받아낸 인연이 있다.

노조 측과 말이 통하는 재야 노동 변호사 출신에 盧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여서 노동문제는 주로 文수석이 맡고 여타 사회갈등 현안은 정무수석실이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文수석은 지난달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협상에서 수시로 고건(高建)총리와 연락을 취하며 절충에 간여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文수석이 경유세 보조금 지급안의 윤곽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당시 관계장관회의 직후 文수석은 "새벽까지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협상은 오전 5시30분에 타결됐다.

이에 앞서 화물연대 포항지부의 화물차 출입봉쇄 조치가 해제될 때도 文수석의 물밑 조율이 있었다. 文수석이 부산지역 운송하역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위원장과 변호사 시절 맺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文수석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섞인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의 한 관리는 "민정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서면 학교 교육의 문제를 푸는 데 청와대의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전교조 등 재야세력과 文수석의 끈끈한 연분이 중립과 균형을 지켜야 할 협상과정에서 '일방의 이익'을 보다 더 관철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최측근 실세의 말을 어느 장관이 거역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이 그것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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