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인상의 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우리 조각의 나갈길 모색하는 계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옛날과, 1920년대 현대 조각의 도입 기부터 1981년에 이르는 오늘까지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 온 한국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한국 인체 조각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전시했다. 한국 사람의 참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보고 나가 한국 조각의 어제와 오늘을 반성하며 앞날을 바로 보는 계기로 살자는 호암 미술관의 특별 기획전「한국 인체 조각전」(4월1일∼7월31일)이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옛날」의 인체조각이 자리한 제1 전시장은 불상을 중심으로 한 종교조각품과 토우, 동자상, 장승같은 속각류 85점이 전통조각에 나타난 한국인 상을 보여주며,「오늘」의 인체조각들이 있는 제2 전시장은 착의 또는 나체의 남녀 두상, 흉상, 전신상 등 다른 크기의 인체상과 사실에서 추상에 이르는 다른 경향의 인체조각 36점이 현대조각에 나타난 한국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두 전시장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의 다른 모습은 한 집안에 사는 두 세대의 차이만큼 그 변화가 충격적이다. 전통조각속의 한국 인상과 현대 조각 속의 한국인상을 한자리에 같이 놓고 보는 어색함이야말로 두루마기에 갓 쓰고 옛날을 산 할아버지와 넥타이에 양복입고 오늘을 사는 손자가 만나는 격이다 그래서, 한국 미술의 역사에서 건축과 회화는 역사의 맥이 이어지나 조각만은 맥이 이어지지 않는 단절 현상을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이 뿌리깊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세상을 다른 모습으로 살아도 한국 사람의 근본은 같으며 다른 시대를 다르게 살아온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전통조각과 현대 조각의 만남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집안을 바로 꾸려 나가는데 필요한 만큼의 애정과 지혜가 요구되는 자리이며 자신의 모습을 바르게 보려는 맑은 눈이 요구되는 자리다
인체조각에관한 한 우리의 전통조각은 어떤 관념 또는 정신 세계를 조각품으로 형상화하는 뛰어난 솜씨와 일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강렬한 삶에의 욕구를 솔직하게 형상화하는 표현의 자유를 유산으로 남겼다
우리의 현대조각은 한국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온 조각가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그 시선에 비친 한국 사람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의 조각가들이 창조하고 입증해야 할 한국사람의 참 모습은 어떤 것인가
조각이 예술로서 그것을 남는 시대와 사회의 정신적 상황을 솔직하게 반영해야한다면 오늘의 조각가들이 진정 보여주어야 할 오늘의 한국인상은 무엇인가
한국사람의 참 모습을 찾아보려는 특별 기획전「한국 인체 조각전」은 이렇게 물음을 던지는 전시회인 점에서 더욱 큰 뜻을 갖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