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너레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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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제 미(me)세대는 지나갔고 사람들은 위(we)세대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성의학자 「로니·바버크」의 맹언이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세대가 「미 제너레이션」이라면 「위 제너레이션」은 「궁극적인 목적」(커미트먼트)에 투철하고, 정감 있고 (인티머시),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릴레이션십).
여기의 「궁극적인 목적」이란 서로 부부가 되어 평생을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주 타임지는 요즘 미국에서 섹스혁명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현상을 분석하며 「위 제너레이션」이라는 말을 썼다. 목적격(us) 아닌 주격을 쓴 것도 인상적이다. 「위 세대」 를 입증하는 중요한 변화들은 통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요즘 미국의 혼인율은 1950년 아래 최고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82년의 이혼율은 지난 20년동안 최하를 기록했다. 30대 초반 여성들의 출산율도 80년의 60(1천명중)에서 요즘은 73·5로 높아졌다.
전통적인 가족관계률 원하는 사람이 느는 것에 비해 프리 섹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예사로 보아넘길 수 없다.
미국의 섹스혁명은 1965년부터 1975년 사이가 최성기였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사회학자「S·M·립세트」교수는 월남전에서 비롯된 신뢰체계의 불안정이 섹스혁명을 촉발시켰었다고 분석한다. 오늘의 섹스 냉각 현상은 학자들마다 그 원인분석이 다양하다. 『섹스의 열기와 주식시장의 열기는 정비례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 「W·사이먼」같은 사회학자는 5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친 미국의 경제적 풍요가 섹스해방을 불러 들였다고 말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둘째로는 70년대말부터 미국에 번지기 시작한「헤르페스」같은 난치의 성병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양켈로비치」(여론조사 전문가)는 그 병이 비도덕적인 성행위에 대한 죄의식을 깨우쳐 주었다고 분석한다.
세째로는 전후의 베이비 붐 세대가 이젠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는 것이다. 철들 나이가 되었다는 얘기다.
넷째로는 섹스의 홍수가 오히려 섹스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했다는 견해도 있다.
「금단의 열매」와 「버려진 열매」의 차이다.
요즘은 미국인들 사이에 ISD(Inhibited Sexual Desire)증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섹스에 관심조차 없는 병증이다.
한가지 우리도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은 인간사회는 도덕적인 자정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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