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결승 3점포 … 400홈런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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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용히 쳤으면 좋겠다. 팀에 폐 끼치면 안되니까….” 올 시즌에 앞서 삼성 이승엽(39·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홈런을 쳐도 요란한 축하를 받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팬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면 삼성 더그아웃이 어수선해질까 걱정한 것이다. KBO 리그 통산 400홈런을 향하고 있는 이승엽의 발걸음은 힘차면서도 조심스럽다.

 이승엽은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결승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3-3이던 6회 초 무사 1·2루에서 좌투수 박정진의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 자신의 천적 투수를 상대로 결정적 한 방을 날린 이승엽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이승엽의 KBO 리그 통산 홈런은 393개(일본 통산 159개)가 됐다. 양준혁의 역대 최다 홈런(351개) 기록을 2013년 돌파한 이승엽은 400홈런까지 7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그는 조심스럽다. 과거 각종 홈런 기록을 세울 때마다 그는 매우 불편해 했다. 팀 성적이 나빠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해야 하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순위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주목을 받는 건 좋지 않다. 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즌 초반에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행여 부진에 빠져 400홈런 달성 시점이 늦어지면 자신과 팀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런 걱정이 노파심으로 느껴질 만큼 이승엽은 팀 승리에 공헌하고 있다. 15일까지 타율 0.291, 타점 10개, 홈런 3개를 기록하며 중심타선 뒤를 받치고 있다. 8-3으로 승리한 삼성은 단독 선두로 복귀했다.

 경기 후 이승엽은 “좋은 홈런을 친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올 시즌 때린 타구 중 가장 잘 맞았다”며 “박정진한테는 10년 만에 홈런을 친 것 같다. 팀 승리에 도움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16안타 KIA, LG전 3연승=서울 잠실에서는 16안타를 몰아친 KIA가 LG를 9-4로 꺾었다. KIA 외국인 타자 필은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선발 양현종은 6과3분의1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인천에서 넥센은 8회 초 터진 윤석민의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SK를 6-4로 꺾었다. 9회 등판한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올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상화가 선발 5와3분의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롯데는 부산에서 NC를 6-0으로 물리치며 단독 2위에 올랐다. 

대전=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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