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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신상옥부부 평양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화배우 최은희(58)와 영화감독 신상옥(60)이 평양에 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2일 지난 78년 홍콩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겼던 최은희·신상옥은 북괴 김정일의 지령에의한 치밀한 사전계획으로 최는 78년1월14일, 신은 78년7월19일 각각 홍콩에서 북괴공작원에 의해 강제납치되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북괴는 납치한 최은희·신상옥을 평양시 대동강변에 있는 철봉리초대소에서 집중 세뇌교양을 시킨뒤 지금까지 ▲소련·동독·체코·형가리등, 동구권을 돌면서 김일성부자의 영도력을 미화찬양하고 ▲남한의 지도자와 고위층인사를 비방·모략하는 영화를 촬영, 제작했고 ▲국내가족인 형 신태선, 조카 신명길을 해외로 유인, 납치입북을 음모했으며 ▲이를 위해 사전에 신의 국내 내연의처인 영화배우 오수미 사이에 출생한 자녀2명을 미국으로 위장입양 시키려 했다.
안기부는 최·신두사람의 실종 후 지금까지를 면밀히 추적, 내사해온 결과 두 사람은 다 시 부부관계를 맺었다고 밝히고 그 증거물로 북괴연락공작원이 휴대입국하여 국내가족에게 전달한 최·신의 육성녹음테이프, 두 사람이 북괴에서 찍은 사진, 신의 자필공작서신등 10여점과 연락원의 국내활동상황을 생생하게 잡은 사진을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북괴는 79년부터 최은희·신상옥에게 영화 『첫 보안서원이었다』 『설한령의 메아리』 『춘향전』 등의 연기 및 연출지도를 맡겼고 최은희를 가끔 김정일주최 비공식연회에 불러내 유희대상 또는 말동무 노릇을 시켜 왔다는 것이다.

<납북경위>
최은희는 78년1월11일 홍콩거점 북괴대남공작책 이상희(58·여)의 홍콩영화사 초청장과 비행기표를 받고 출국했다가 3일만인 14일 하오5시쯤 투숙중이던 프라마호텔에서 북괴공작원에게 강제납치, 선편으로 황해도 해주로 납북됐다.
또 신상옥은 이의 하수인 김규화(62·간첩죄로 15년형확정 복역중)로부터 『최가 실종됐다. 홍콩으로 급히 오라』는 국제전화를 받고 78년1윌27일 출국, 최의 행방을 찾기 위해 미·일·동남아·프랑스등을 전전하다 그해 7월14일 재차 홍콩에 입국, 신을 추적하던 북괴공작원에의해 5일만인 19일 공작선편으로 강제 납북되었다.

<최·신을 이용한 대남공작>
국내가족접선, 북괴영화제작자료수집, 신의 자녀 미국출국공작에는 일본인 연락공작원「니시따·데쓰오」(서전철웅·36·영화감독), 재일공작책 김경식(60), 일본인「구사가베·규우시로」(초벽구사낭·64·영화평론가)가 동원되었다.
83년12월중순 북괴재일공작책 금은 「구사가베·규우시로」를 통해 「니시따· 데쓰오」 에게 『신상옥가족에게 물품을 전달하라』고 지시, 「니시따」는 그해 12월25일 국내에 침투했다.
「니시따」는 12월27일 서울운니동 운당여관에서 신의 가족과 접촉. 최·신의 육성녹음테이프·이북에서의 사진·자필메모지등을 건넸다.

<녹음내용>
최은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큰언니 최경헌(66)에게 『돌아가신 어머니대신 모시려 했다』며 자신은 『신감독과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신감독이 결혼한 오수미와의 사이에서 난 아이2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봐달라』고 했다.
신상옥은 형 신태선에게 『4∼5월 이 후엔 우리일이 한번 더 떠들썩하게 될 것 같으니 피해보지 않도록 처리하고 그전에 나를 만나러 해외에 꼭 한번 나와달라』고 말하고 『옛날 영화 시나리오들을 참고 할테니 「춘향전」 「고리아스」「레만호에 지다」 「신금단」「이순신과 7년전쟁」 「이름없는 별들」(광주학생사건) 「조선총독부」를 복사해 보내달라』 고 했다.
또 오수미에게는 별도로 『요즘 MBC-TV도 보고 있다』며 『내년5월 아이들을 미국의 친구 김인환(58·의사·뉴저지주)에게 양자형식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2월21일 재미교포 김인환의처 김인자가 입국, 신의 자녀 2명의 양자입양문제를 협의 했으며 김은 신의 가족에게 미국에서 신의 국제전화 2회, 서신1회를 받았고 모스크바로 전보를 쳐 신을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증거물>
최은희의 사진은 경기도 개풍군 중서면 여능리에 있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쌍묘인 현능과 정능을 배경으로 찍었으며, 신상옥은 역시 북괴지역인 개풍군 령북면의 천마산을 배경으로 촬영, 북괴가 두 사람을 동거시켜 관광지등을 여행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녹음데이프는 유고제 경음악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하고 메모지는 형가리 부다페스트의 힐튼호텔 칵테일바의 것을 사용, 이들이 마치동구권에 살고있는 것 것처럼 위장했다.
녹음과정에서 북괴는 강제납치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최의 육성은 3회, 신은 25회나 수정 편집했으며 최는 시종일관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신은 『녹음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일체 들려주지도, 말하지도 말라』는등 국내가족에 대한 애타는 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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