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입맛 맞는 언론만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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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7일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 바로 당선자 시절 직접 편집국을 방문했던 한겨레신문이다.

청와대 실무자들은 처음 인터뷰의 목적에 대해 "방미 결과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서…"라고 얼버무렸다. "국내 문제는 거론 안 되느냐"에 대한 답변은 "글쎄"였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盧대통령이 취임 전 'MBC 100분토론' 출연과 한겨레 인터뷰를 약속했는데, 한겨레에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尹대변인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했다. "요즘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당선 후 세번째다. 처음이 오마이뉴스였고, 그 다음이 문화일보였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배경 설명에 당당하지 못했다. 문화일보 인터뷰 때는 "취임 50일을 특정해서 요청한 언론이 문화일보밖에 없었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언론이 정식 인터뷰를 신청해 놓았으나 盧대통령은 또 한번 '코드'가 맞는 신문을 골랐다. 물론 미국 대통령도 선호도에 따라 인터뷰할 언론을 고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 예컨대 뉴욕 타임스 같은 신문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또한 독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언론을 존중한다.

盧대통령은 "언론이 언제 대통령 대접 제대로 해준 적이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에만 '특혜'를 주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盧대통령과 정부의 언론정책의 순수성까지 의심받는다.

코드가 맞는 언론하고만 인터뷰하는 게 盧대통령이 말한'언론과 정부의 건강한 긴장관계'도 아닐 것이다.

강민석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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