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새 해외 전략기지 루마니아 3곳에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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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루마니아가 해외 주둔 미군의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떠올랐다. 유럽 4개국을 순방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6일 루마니아에 도착해 미군기지 설치 합의서에 서명했다. 루마니아 외교부는 이날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일보(一步)"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유럽 국가에 처음으로 상주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됐다.

◆ 루마니아는 동유럽.중앙아시아를 겨냥한 요충지=현지 언론들은 "흑해 연안의 미하일 코걸니체아누 비행장과 항구도시인 콘스탄차, 바바다그 훈련장이 미군기지로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 계획에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는 2010년까지 한국.독일에 주둔하는 지상군에서 6만~7만 명을 빼내 동유럽 국가에 세울 전진기지에 재배치하려고 한다. 불가리아.폴란드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동유럽의 심장부인 루마니아는 그런 점에서 적격이다. 지리적으로는 중앙아시아와 흑해를 통해 중동지역으로 이어지는 교통 요충지다. 이라크 등과도 인접해 있다. 항만을 끼고 있어 육.해.공군을 동원한 전천후 작전이 언제라도 가능하다.

더욱이 흑해 연안지역은 에너지전쟁의 중심 무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카스피해의 석유.천연가스를 흑해로 끌어낸 다음 유럽에 팔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미 엑손모빌은 2010년까지 중동.카스피해 등지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을 뒷받침하려면 중앙아시아와 흑해 연안국에 미군의 배후기지를 확보해야 한다. 21세기 세계 패권전략 차원에서도 러시아.중국을 견제할 거점 지역이다.

루마니아로선 미군 주둔으로 생길 경제.안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2년 전 휴양지인 콘스탄차 항 인근 지역을 미군에 기지로 임시 제공했다. 그 대가로 받은 금액이 3개월간 3000만 달러를 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 적은 돈이 아니다. 또 미군을 끌어들여 군사적으로 주변국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긴장하는 주변국들=러시아가 가장 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흑해 지역은 물론 중앙아시아까지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응방안은 마땅치 않다. 소련 시절 연간 2000억~3000억 달러였던 국방비는 최근 그것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중국 등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결성해 안보.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SCO 회원국인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에도 미군 기지가 들어서는 판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 입장을 지지한 데 대해 아직도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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