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든 친환경 장터 매출 10%, 생태 보호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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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2일 태화강 에코마켓 추진단이 전날 열린 첫 행사를 평가하고 있다. [사진 에코마켓 추진단]

지난 11일 낮 울산시 중구 태화동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 앞 둔치. 주민끼리 친환경 먹거리 등을 사고 파는 장터인 ‘태화강 에코마켓’이 열렸다.

장터에는 소월당, 논두렁 밭두렁, 이웃농부, 준팜, 홍닭네, 엄마의 다락방, 선 갤러리 등에서 내놓은 친환경 농산물 20여 종, 농산물 가공품 50여 종,수공예품 30여 종이 선보였다. 이날 하루 1000여 명의 시민이 친환경 농산물을 사고 농산물을 체험하느라 장터가 북적였다.

 ‘제대로 된 먹거리, 제값 내고 사먹자’라는 주제로 열린 장터였다. 이 장터는 울산대 김선중(60·주거환경학과) 교수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두 딸의 엄마인 김 교수는 지인이 나눠주는 친환경 농산물을 먹고 남을 때 버리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이렇게 좋은 재료와 음식을 다른 사람과 나눠먹으면 좋겠다”며 ‘벼룩시장’을 떠올렸다.

 곧바로 주위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았다. 김 교수 지인들 중 자영업을 하거나 수공예품·농산물 등을 생산하는 나경아(43·여)·송갑남(53·여)·임현성(49)·전영훈(47)씨 등 5명이 동조하고 나섰다.

 이들은 올 1월부터 에코마켓 추진단을 구성해 마켓 운영을 준비했다. 수시로 새벽 2~3시까지 의견을 나누며 ‘이웃끼리 만드는 장터’ 모습을 조금씩 완성해 갔다. 사비를 털어 사업비 300만원도 모았다. 김 교수는 “좋은 상품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농민 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 등은 친환경 농산물과 수공예품, 화초류 생산자들을 찾아다니며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행사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판매대 설치와 인건비, 물품 수송 등에 드는 비용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생산자들이 처음에는 수수료를 많이 떼어갈지를 걱정하더라”며 “참여자에게 참가비 1만원에 10만원 이상 수익이 있을 때 판매액의 10%를 기부금으로 받는다고 하자 마음을 놓고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설득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추진단은 수익금을 태화강 생태 보호에 쓸 예정이다.

 추진단은 디자인 전문가에게 행사장 디자인도 자문했다. 시골장터의 느낌을 내기 위해 부스 배치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시민들이 보고, 먹고, 즐기고, 느끼는 장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차와 차과자를 판매한 이수아(31·여)씨는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시민들 인식을 바꾸고 생산자 판로 확보와 협업에 도움이 되는 장터였다”며 좋아했다.

 지난달 장소 임대를 위해 방문한 울산시도 관심을 보였다. 좋은 아이디어라며 사업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추진단은 ‘이웃끼리’라는 행사의 순수성이 퇴색할까 우려해 거절했다.

 추진단은 인근 점포와 겹치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고 주변 환경보호를 위해 먹거리는 조리하지 않고 판매한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교통체증 예방을 위해 행사 규모도 70개 부스로 한정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열리는 에코마켓이 생산자와 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장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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