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수면장애 환자, 남성의 1.5배인 25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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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주부 김모(58)씨는 잠을 자다 호흡이 막히거나, 코골이가 심한 ‘수면성 무호흡증’을 10여 년 전부터 앓아왔다. 소음 때문에 가족이 밤에 잠을 뒤척일 정도였다. 김씨는 “충분히 수면을 취해도 낮에 자주 졸리고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불면증, 과다 수면증, 수면성 무호흡증… 일반인은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이른바 ‘수면장애’를 앓는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환자 중 남성과 여성, 누가 더 많을까. 여성 환자가 더 많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를 겪는 여성 환자의 숫자는 24만5738명으로 남성 환자(16만7304명)의 1.5배 수준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숫자도 여성 환자가 지난해 982명으로 남성(661명)에 비해 많았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불안감과 우울증에 잘 시달린다”며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세별로 살펴보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성 환자는 총 17만4892명으로 남성 환자(10만5090명)보다 7만 명 가량 많았다. 반면, 수면성 무호흡증은 남성이 2만1762명으로 여성(5544명)보다 4배 가까이로 높았다. 박 교수는 “무호흡증은 기관지 등 상기도의 점막이 약해질 때 생기는데 여성 호르몬이 이를 막아준다”고 분석했다.

 치료에 드는 진료비도 덩달아 늘고 있다. 여성 환자의 경우 진료비가 지난해 239억여원에 달해 6년 전(105억여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남성(212억여원)에 비해 약 27억원을 더 썼다.

 불면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숙면을 돕는 제품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숙면 보조제품인 ‘슬리피즈’의 매출액은 올해 1월 약 6000만원에서 두 달 만에 2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뇌파 음악이 흘러나오는 숙면 베개 ‘지티엠 기능성베개 구텐필’의 지난 3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20% 올랐고, 코골이가 심할 경우 콧등에 붙이는 ‘케어덤 나살 스트립 코밴드’는 전년 동월 대비 34% 가량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잠을 푹 자려는 웰빙 문화가 확산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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