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의 걷다보면]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 걷는 사람 찍는 법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걷는 사람을 찍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저 앞에 내가 찍고자 하는 장면이 보인다면, 그 즉시 필요한 렌즈로 갈아 끼우고, 카메라를 조작해야 한다.

그 사람은, 그 장면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진을 찍겠다고 순례자의 걸음을 멈춰 세울 수도 없는 일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걸음을 멈출 수 없다.

내가 멈추면 찍고자 하는 대상과의 거리가 달라지고 구도가 바뀐다.

걷다가 만난 풍경은 멈춰 서서 찍을 수 있지만, 사람을 찍으려면 그와 속도를 맞춰 걸으며 셔터를 누르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진은 흔들리기 일쑤다. 사진 하나하나에 신중하게 신경 쓰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과 같은 길에서 같은 속도로 걷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걷는 사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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