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신혼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리 옆방엔 맞벌이 신혼부부가 살고 있다. 어느날 외출했다가 하루를 묵고 들어와 연탄불이 꺼진 모양. 아내는 번개탄으로 연탄불 피우느라 분주한데 남편은 방에서 냄새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결국 이것이 도화선이 된 것인지 그들은 한바탕 싸웠다.
얼마 후,
『우리 잠깐 나갔다 올께요』하며 나란히 서 있는 그들 모습은 언제 싸움이 있었느냐 싶게 다정스럽다.
미소로 잘 다녀오라고 인사한 뒤 나는 다소 혼란에 빠졌다. 그들과 나는 10여년의 연령차가 있다. 요즘 한 세대를 5년 운운하지만 의식구조에 있어선 아무런 연령 차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함게 나갔다 들어와서도 부엌일은 여자일이 당연하다는 생각, 그 생각에 별이의가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 다른 일로 다투었지 집안일을 어째서 나 혼자 도맡아야 하느냐는 문제로 그이와 싸운 일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임신중엔 퇴근해 돌아오면 몹시 피곤해서 그냥 누워 쉬고만 싶었지만 그이의 저녁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나가야 했다. 아내는 쉬게 하고, 대로 남편이 대신 저녁을 준비하여 밥상을 차려온다면 남편의 위신이 깎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는 요즘, 그들은 집안 일을 어떻게 처리해 나가는지 궁금하다. 소득이 많은 집에선 대체로 가정부를 따로 두거나 파출부를 부르거나 하는 모양인데, 그럴 형편이 안되는 맞벌이 집에선 여자 혼자 집안 일을 도맡아 바깥일에, 집안 일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건 아닌지.
진실로 서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상대방의 수고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 이것이 비록 맞벌이 부부가 아니더라도 모든 부부 관계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울 구노구 개봉 3동 352의 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