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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음상처 치유는 원인 규명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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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본지는 전문가 10명에게 세월호 사고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공감도 중요하지만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원인 해결 위주의 접근’이 있어야 국민이 용서와 수용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한국의 대형재난은 사후처리가 제대로 된 적이 없다”며 “동일한 사고가 반복돼도 국가가 시민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 교수는 “대형재난 극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국가인데 이번 정부는 진상 규명을 두고 ‘이해당사자’처럼 행동해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는 “유가족들의 마음은 슬픔·분노가 아닌 증오에 가까울 것”이라며 “희생자에 대한 모욕, 보상금을 앞세운 대응에 절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두드러진 ‘지겨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사고 해결이 1년째 평행선을 달리는 데 대한 실망감의 표현”(경희대 이택광 교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무기력하다’ ‘부끄럽다’가 국민 공통의 자책감이라면 ‘지겨움’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지친다’는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양 등 실질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이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희망, 재출발 의지를 불태우는 쪽으로 바뀌려면 ▶진상 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 교수는 “세월호 사고로 국민은 ‘국가를 믿지 말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수동적 시민들이 국가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시민으로 변한다면 아픔도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 기자 foneo@joongang.co.kr, 자료 =다음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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