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이 마련한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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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북 예천군의 노총각이 무더기로 베트남 결혼 원정에 '성공'했다.

예천에서 촬영돼 지난주 개봉된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를 연상케 하는 결실이다. 예천군번영회는 지난 26일 진호국제양궁장에서 베트남 신부와 최근 신접 살림을 차린 노총각 16명의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오전 11시 양복 차림의 신랑이 한복을 입은 신부와 팔장을 끼고 연단에 차례로 오르자 식장엔 박수가 쏟아졌다. 가족과 각급 기관 등 하객 3000여명은 이들을 축복했다.

군번영회는 이날 행사 진행은 물론 노총각의 어려운 형편을 덜기 위해 분야별 후원을 끌어냈다.

이미용협회는 신부 화장을 맡았고 사진동우회는 기념 촬영을 했다. 또 여성합창단은 축가를 부르고 서예인은 가훈을 준비했다. 번영회는 십시일반으로 수천만원을 모아 이날 경비는 물론 신혼 부부에게 원앙금침과 결혼기념패를 하나씩 선물했다. 번영회는 또 이날 받은 축의금으로 다시 혼수를 장만할 예정이다.

결혼식에 이어 이날 경주로 신혼여행을 떠난 신모(35.개포면)씨는 "군민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고추 농사만 2000평을 짓는 신씨는 "신혼 생활이 두달이나 지났지만 신부가 아직 매운 음식은 못 먹는다"며 "그래도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혼식은 예천군이 전국 최초로 추진한 '농촌총각 가정 이루기 사업'의 첫 결실이다. 이들은 지난 6월 군의 주선으로 베트남에서 맞선을 보고 혼례를 올린 뒤 추석 무렵 예천 고향에서 각각 신방을 차렸다.

번영회 배경식(52)회장은 "앞으로 이들이 가정을 원만하게 꾸리도록 사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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