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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식 부모님 초대, 피자연수…日 '신입 적응시키기' 대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열린 일본 히로시마(廣島)현에 위치한 요리소스 전문기업 오타후쿠소스의 신입사원 입사식. 본사 강당의 맨 뒷줄에는 신입사원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은 신입사원의 부모나 조부모들이었다. 자식이나 손자가 회사원으로 첫 발을 내딛는 걸 보기 위해 왔다. 마지막 식순은 신입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단상에 서서 편지를 낭독하는 것. 신입사원들은 각자 부모나 조부모들에 대한 감사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아들이나 손자의 편지에 눈물 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 경제전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日經ビジネス) 최근호가 보도한 한 일본 기업의 입사식 풍경이다. 잡지는 “최근 일본에서는 ‘내 자식이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회사를 찾아와 항의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신입사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사이보우즈는 지난해 말, 입사식 전에 신입사원의 보호자들을 회사로 초대했다. 아오노 요시히사(靑野慶久) 사장이 직접 나와 이들에게 한 시간 넘게 회사에 대해 설명했다. 부모들은 회사의 해외 진출 계획, 직원 육성 프로그램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아오노 사장은 설명회를 마치고 부모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명함을 나눠주며 “입사 후 자녀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 직접 연락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아오노 마코토(靑野誠) 인사부 채용팀장은 “신입사원이 안심하고 일하기 위해선 보호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도록 기존 직원들에게 매너를 교육하는 회사도 있다. 택배회사 사가와 익스프레스(佐川急便)는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의 범절에 관련한 사내 교육을 실시했다. 예의 범절은 고객에 대한 것뿐 아니다. 신입사원을 대하는 태도까지 가르쳤다. 이 회사 노무부의 다나카 마사카츠(田中政勝) 과장은 “신입사원에게 ‘그래, 잘 부탁’이라는 무뚝뚝한 태도로 대해서는 안 된다”며 “선배가 제대로 먼저 소개하고 예의 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이번 연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이 싫어하는 술자리 대신에 소통할 수 있는 다른 자리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도쿄의 연수 전문 기업인 캐플란은 지난달 IT 기업의 직원들 16명을 대상으로 ‘피자 만들기’ 수업을 열었다. 참가한 이들은 신입사원과 기존 직원들. 나이 차가 아버지와 아들뻘쯤 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4팀으로 나눠 피자를 만들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닛케이비즈니스가 지난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부는 회식에 대해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회식은 이런 사람을 아예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한 차별적 행사”라고 답변했다. 심지어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며 잔업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잡지는 “베이비붐 세대 중에선 이렇게까지 해서 신입사원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는가, 이렇게 하면 오히려 이들의 적응력만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며 “그러나 다양한 개성의 신입사원들이 일본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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