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장수기업②] 타이타닉호 탈뻔한 초콜렛의 아버지, 허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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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로고

“허쉬, 델몬트, 켈로그, 제록스......”
이런 이름을 들으면 바로 특정 제품이 머릿속에 떠오르실 겁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면 정답은 초콜릿, 주스, 시리얼, 복사기입니다^^)

오늘은 이처럼 특정 제품의 ‘대명사’가 된 장수기업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허쉬 초콜렛

초콜릿 하면 생각나는 ‘허쉬 초콜릿’은 밀턴 허쉬(Milton Hershey, 1857~1945)가 만든 기업입니다.

우표에 등장한 허쉬

지난해에 허쉬 그룹은 74억 달러(약 8조원)의 매출을 올린 굴지의 식품 기업입니다. 2013년 기준 직원수는 1만4800명에 달합니다.

가난한 고아였던 밀턴 허쉬는 초콜릿 판매로 큰 성공을 거둔 뒤, 학교까지 설립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자선사업가로 자리매김합니다.

밀턴 허쉬

허쉬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밖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정규교육 기간은 짧았지만 사업에 대한 열의는 강했던 그는 인쇄소 견습공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읍니다. 몇 번의 사업 실패 끝에 그는 랜체스터에 캐러멜 공장을 세웁니다. 그가 개발한 캐러멜은 인기가 높았습니다. 회사는 승승장구하게 되죠. 캐러멜만으로 만족하지 않은 허쉬는 랜체스터 근방에서 신선한 우유를 대규모로 들여옵니다. 밀크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어렵사리 허쉬만의 특제 밀크 초콜렛 제조법이 생겨납니다. 그의 손에서 1900년에 허쉬 초콜릿 바, 1907년에는 키세스 초콜릿이 각각 탄생합니다.

허쉬 스쿨에 관한 책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허쉬가 늘 마음 한 켠에 두고 있던 것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는 1909년 가난한 고아들을 지켜주고 가르치기 위해 ‘밀턴 허쉬 스쿨’을 설립했습니다. 1935년에는 자선사업체를 설립하고 의료 센터 등도 세웁니다. 재단에는 허쉬 뮤지엄, 허쉬 가든, 허쉬 시어터 등이 있습니다. 디즈니랜드처럼 놀이공원 형식을 띈 허쉬 초콜릿 파크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올법한 곳으로,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꿈의 공간'입니다.

허쉬 초콜렛 초기 광고

밀턴 허쉬는 '위대한 미국인'으로 선정돼 우표에도 등장합니다. 1945년 8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허쉬의 동상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의 행동이 곧 그를 기리는 비석이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영감이 됐다"

원래 허쉬는 1912년 4월 10일 타이타닉호를 탈 예정이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여행을 취소하면서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답니다. 그로부터 4일 뒤인 4월 14일 타이타닉호가 침몰하지요. 타이타닉호에 탑승했더라면 '초콜릿의 대부' 밀턴 허쉬의 업적도 끊어졌을 것입니다.

오렌지 주스의 대명사인 델몬트는 1886년 설립됐습니다. 델몬트(Del Monte)는 ‘of the mountain’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에 본사가 있는 델몬트는 여러 과일 통조림 회사들이 뭉쳐 하나의 기업으로 탄생한 경우입니다. 매출은 2014년 기준 39억 달러(약 4조2500억원)입니다. 델몬트는 사람들이 마시는 주스뿐만 아니라 애완용 사료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1906년에 탄생한 기업들 중에 대명사가 된 장수기업들이 유독 많은데요.

시리얼 브랜드인 '켈로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켈로그는 형제의 이름입니다. 1894년 윌리엄 키스 켈로그와 존 하비 켈로그 형제가 아침식사 대용식으로 옥수수 시리얼을 만들어 병원 환자들에게 먹였습니다. 이 음식이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1906년 켈로그 형제는 아예 자신들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콘푸로스트, 첵스 초코, 후루츠링 등이 모두 켈로그의 제품입니다. 2013년 기준 매출 147억 달러(약 16조원)를 올렸습니다.

복사기하면 떠오르는 제록스도 1906년 설립됐습니다. 그리스어로 '건식(乾式)' 을 뜻하는 ‘제로스(Xeros)’에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2013년 매출 214억 달러(약 23조원)를 올렸습니다.

세탁기, 냉장고, 욕조 등 가전제품의 명가(名家)인 월풀도 1906년생입니다. 월풀(Whirl pool)이란 단어는 '소용돌이'를 의미하는데요, 욕조 안에서 물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곧 월풀이라는 기업명이 된 것이지요. 지난 2013년 188억 달러(약 20조4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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