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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이 본 한국의 이상한 '먹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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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식샤를합시다2
올리브 TV 테이스티로드
아프리카TV 방송 캡쳐

 한국에서 ‘먹방’이 대세다. TV 예능 프로그램, 영화, 인터넷 방송까지 먹방에 열광하고 있다. 먹방은 ‘먹다’와 ‘방송’의 합성어로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먹는 모습 방송하는 것을 일컫는다. 배우 하정우나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대표적인 먹방스타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먹방을 소재로 다루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외에서 보기엔 한국의 ‘먹방’열풍이 '신기한 현상'이다. 미국 ABC방송은 6일(현지시간) 한국의 먹방 현상을 다루며 ‘혼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다른이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이상하다(strange)’고 보도했다.

방송은 “먹방 트렌드가 2008년 실시간 온라인 방송인 아프리카TV에서 시작됐다”며 “방송자키(BJ)가 웹캠 앞에서 혼자 식사하며 웃고 말하는 모습을 수백명의 사람들이 함께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BJ의 먹는 모습을 보고 ‘별풍선’이라 부르는 인터넷 화폐를 지불한다”며 “먹는 모습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스타 먹방 BJ가 즐비하다. 이들은 2~3인분씩 음식을 카메라 앞에 차려놓고 배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음식 종류는 피자·치킨·햄버거 같은 배달 음식부터 직접 요리한 파스타나 떡볶이 등 다양하다. 아프리카TV의 경우 실시간 방송 5000여 개 가운데 10~15% 가량이 먹방으로 추산된다. ABC 방송은 미국 PBS의 ‘아메리카 테스트 키친’ 같은 프로그램이 요리 후 시식을 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에서는 요리 과정 없이 먹고 이야기를 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TVN의 ‘식샤를 합시다’같은 드라마나 올리브TV의 ‘테이스티로드’, Y-스타 TV의 ‘식신로드’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ABC는 한국의 먹방열풍에 대해 일종의 ‘대리만족’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어트를 자주하는 이들이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식샤를 합시다’의 박준화 프로듀서는 ‘문화’를 이유로 들었다. 박 프로듀서는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며 “밥을 함께 먹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회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더 외로워진 사람들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먹는 활동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ABC는 ‘식구(食口)’라는 단어의 뜻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한국 문화에서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강조했다. 음식을 공유하고 음식을 매개로 다른이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한국적인 문화라는 것이다. ABC는 “'먹방열풍'도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결론 내렸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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