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이 지원하는 서민 대출 ‘3종 세트(전세·월세·주택마련)’ 금리가 27일부터 0.2~0.5%포인트 내려간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분(0.25%포인트)을 각 대출 상품의 특성에 맞게 조정해 반영한 수치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0·30 전·월세 대책’의 후속 조치다.
우선 버팀목 전세대출 금리가 0.2%포인트(연 1.7~3.3%→연 1.5~3.1%) 내려간다. 올해 초 0.2%포인트를 낮췄기 때문에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는 전세나 보증부월세(보증금+월세) 세입자에 대해 수도권 최대 1억원, 지방 최대 8000만원을 대출해 주는 변동금리 대출 상품이다. 기본 대출 자격(부부 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은 그대로 두되 신혼부부 소득 요건은 부부 합산 연 5500만원에서 연 6000만원으로 늘린다. 청년층 1인 가구는 대출 연령 상한선을 만 30세에서 25세로 낮춘다. 국토부는 58만 명의 가입자가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물론 8만 명가량의 신규 가입자가 생길 것으로 본다.
주거안정 월세 대출의 금리 인하 폭은 0.5%포인트(연 2%→연 1.5%)로 3종 세트 중 가장 크다. 고정수입이 없어 월세 부담이 큰 취업준비생 맞춤형 상품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올해 출시 이후 지금까지는 실적이 7억원(106건)으로 저조하다. ‘졸업 후 3년 이내’와 같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런 맹점을 보완해 졸업 후 기간 제한은 없애는 한편 부모 소득 기준도 연 3000만원 이하에서 6000만원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취업 후 5년 이내 취업자(부부 합산 연 소득 4000만원 이하)도 새로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 서민 내집마련용 디딤돌 대출 금리도 0.3%포인트(연 2.6~3.4%→연 2.3~3.1%) 낮춘다.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 첫 주택구입자 7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6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살 때 빌려주는 자금이다. 지난해 출시 이후 현재까지 57만 명이 2조335억원을 대출한 상품으로 앞으로 10만 명이 더 가입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예상이다. 국토부 손태락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금리 인하로 버팀목 대출 133억원, 디딤돌 대출 248억원을 합쳐 총 381억원의 대출 이자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깡통 전세를 막기 위해 세입자가 가입하는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의 보증료도 다음달 초부터 내린다. 개인은 보증금의 0.197%에서 0.15%로 0.047%포인트 낮아진다. 예컨대 보증금이 1억원이라면 지금은 한 해 19만7000만원의 보증료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4만7000원 줄어든 15만원을 내면 된다. 가입 대상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이하에서 100%까지로 확대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 세입자의 부담도 덜어준다. 7월부터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경우 전·월세 전환율을 현재 6%에서 4%로 낮춘다. 이렇게 되면 서울 10년 공공임대(전용 26㎡)의 경우 보증금 700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월세가 49만원에서 42만3000원으로 6만7000원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인 전·월세난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도심에 저렴한 전세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