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국제행사, 북은 승인한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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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스타이넘

국제 여성운동가들이 5월에 하려는 비무장지대(DMZ) 걷기 행사를 놓고 통일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라는 이름의 행사 준비위원회 명예위원장은 세계 여성운동계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81)이다. 12개국 30명의 참가자 중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 2명도 들어 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스타이넘이 한반도 분단을 끝내기 위한 행진을 시작한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이 행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참사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이 행사에 대해 평양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 행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외신에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행사의 기본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흔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DMZ를 도보로 건너는 문제를 관할 유엔군사령부가 민감하게 여긴다”며 공을 유엔사로 넘겼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도 (유엔사와의) 협의가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행사 시점도 통일부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인 5월 24일을 디데이로 잡았다. 이날은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 제재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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